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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DP설계자 자하하디드 “지붕위의 잔디밭 같은 기묘한 아름다움은 현대적 어바니즘”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너무 과하다고요? 무엇을 기준으로 과하다고 하죠?”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튀는' 건물일 뿐일까, 세기를 뛰어넘는 역작이 될까.

혜안이 부족한 일반인은 세계 건축계 여제(女帝)의 작품앞에 의문만이 든다. 주변경관과 어울리지도 않고, 비용이 약 4800억원이나 들었으며, 축구장 3개 크기의 비정형 건축물. ‘동대문에 불시착한 우주선’이라는 지적까지 듣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이하 DDP)의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64)’는 1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반문형의 답변을 이어갔다. “나에게 집이나 사무실을 지어달라고 한 건 아니지 않나요? 공공건물은 특수한 목적이 있는 건물입니다. 컨퍼런스, 전시, 공연 등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하는 DDP엔 최소한의 스케일이 필요합니다. 만약 이런 기능을 하기위해 직선이나 박스형태로 설계했다면 오히려 더 거대해 보였을 겁니다”


약 한시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자하 하디드는 DDP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시종일관 빠른 어조로 당당하게 답했다. 완성된 DDP에 대해선 “어떤 건축물과 지형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DDP는 건축물 자체가 지형이 됐으니 그런 의미에서 독창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동석한 패트릭 슈마허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 공동대표(53)도 “너무 독창적이고 색다른 것이라 의문이 생길수 밖에 없다”며 이제 건축물이 완성됐고, 우리가 지향한 기묘한 아름다움이 드러나면서 대중의 이해를 얻기 시작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2007년 DDP 디자인 공모전에 참가 초청을 받았을 때 자하 하디드의 메인 컨셉은 건축물이 주변지형과 조화롭게 결합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환유의 풍경’이라는 제목이 붙은 DDP는 예전 동대문운동장이라는 특수성을 감안, 공원이 건물 위와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유기적 형태를 지향한다. 유선형의 외부를 알루미늄 패널이라는 단일 재료로 마감해 차분한 느낌을 살렸다. 지붕은 잔디로 덮어 공원이 건물위에 이어지며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 냈다. 과연 그녀의 첫 아이디어가 얼마나 실현됐을까. “설계와 구현은 또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재질의 물성에 따라 건축물은 고유한 모습을 갖추게 되죠. 건축은 ‘설계를 해석하는 과정’입니다. 이번 해석은 마음에 듭니다” 완성된 DDP에 대해선 성공적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건축 여제의 눈에 비친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이 글로벌 디자인 도시로 거듭나려면 ‘어바니즘(Urbanismㆍ도시주의)’를 염두하고 건축물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건물을 짓기보다 도시의 성장과 고유의 특성을 고려해, 도시 생태계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법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최초로 건축계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주요도시엔 자신의 작품이 들어선 성공한 건축가에게 ‘성별’이 장애가 될까. “건축가라는 것 자체가 ‘끊임없는 전쟁을 치르는 직업’이다. 하지만 다른 남자 건축가들은 나만큼 힘들진 않아보인다. 여자라서 힘든건 사실이다” 냉정하고 담담한 답변은 평생을 혹독한 경쟁과 평가라는 칼날위에서 살아온 ‘여성’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vicky@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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