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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곤의 스포츠 오딧세이> 홍명보號의 진정한 행복지수는…
지난주 그리스와 평가전에서 박주영의 부활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처럼 축구인생을 드라마틱하게 사는 이도 드물 것이다. 상승과 하강곡선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진배없다. 당사자도 그렇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도 아찔하기는 마찬가지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의 원칙을 유보하면서까지 그의 소생(蘇生)을 적극 도모했다. 여론의 뭇매보다 인재에 대한 욕심이 앞섰다. 단지 저간의 설명이 부족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마침내 최적의 공격편대가 조합을 이뤘다는 사실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수비진의 불안요소와 경험미숙과 체력증진에 대한 처방책이다.

같은 H조인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도 평가전을 가졌다. 러시아는 자국리그의 일정을 축소하고 월드컵에 주력하고 있다. 2002년 우리의 열기와 흡사하다. 국가적으로 물샐 틈 없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개최를 염두에 둔 포석일 것이다. 로만 시로코프(크라스노다르)를 중심으로 강한 조직력과 체력을 앞세운 팀이지만 순간 압박이 느슨해보였다.

미지의 알제리는 4-5-1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다수의 공격진이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는 형태였다. 나빌 벤탈렙(토트넘)이 정점이며 거친 압박이 생각보다 위협적이었다. 월드컵 무대에 대한 경험미숙이 그들에게는 큰 화두다. 위기의 순간을 돌파하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질 공산이 그만큼 크다. 역으로 심리적인 요인을 활용하면 우리에게는 기회가 되겠다.

벨기에는 김신욱을 연상시키는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모습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빅리그 출신의 선수들 조합이기에 역시 화려한 개인기가 돋보인다. 문제는 오히려 스타성이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볼에 대한 최대한의 지배와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이 관건이며, 우리 식의 역습이 주효할 수 있겠다.

쉬운 팀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기지 못할 팀도 없다. 담금질 할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위해 새롭게 안톤 두 하티니어르 코치를 선임해서 전력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각종 포석에 따른 마지막 최상의 조합만을 남겨 논 상태다.

지금까지가 물리적인 요소라면 대표팀 내의 정신적인 부분이 지금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구성원 간의 ‘행복지수’가 높아지기를 바란다. 경기장에서 결과를 만드는 사람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막힘없는 대화와 소소한 행복까지도 같이 나누려는 자세 말이다.

박주영의 부활을 본인의 일처럼 기뻐하는 동료의식은 의(義)로운 모습이었다. 외부의 불편한 시각도 흡수할 수 있는 탄력도 중요하다. 브라질에 입성하기 전까지 우리만의 정담이 담긴 스토리텔링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하나의 팀을 이루는 첩경이며 위기가 닥쳤을 때 이길 수 있는 근간이 된다. 16강 또는 8강은 단순 목표에 불과하다. 과정상의 즐거움이 우선시되어야겠다. 인생이 참으로 길 듯이 축구의 연속성도 긴 법이니까.

aricom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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