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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김학수> 김연아 이젠 ‘자연인’ 으로 놓아주자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김연아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훤칠하고 잘생긴 한 아이스하키 남자 국가대표와의 열애설이 인터넷 매체에 의해 보도되면서 신문, 방송, 인터넷 등에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 남자친구의 신상털기, 데이트 장소 공개는 물론 심지어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면서 어떤 음식을 즐겨 먹었는지까지 언론에 의해 샅샅이 밝혀질 정도이다. 특히 인터넷에선 남자 연인을 두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소소한 개인 신상까지 드러냈다.

김연아가 국민적인 스타로서 언론의 큰 관심을 받는 것이지만 본인이 전혀 원치 않고 그것도 사실과 다른 개인적인 생활까지 보도하는 것은 공정성 객관성을 지향해야 할 언론으로서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올림픽이라는 대사를 후회없이 치르고 영예스런 선수생활을 접은 뒤 평온한 일상을 갖고 싶었던 김연아였지만 열애설의 바람을 타고 언론은 그를 결코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너무 달리기만 해서 이제 새로운 삶을 찾고 싶다. 당장 계획된 것은 없지만 먼저 쉬면서 여유를 갖고자 한다”고 밝힌 김연아의 뜻이 이루어지려면 일단 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접어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연아 팬들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파마한 김연아 팬케이크 경축 일반인’ 인증샷은 앞으로 그의 건강한 행보를 격려한다는 측면에서 신선한 것이었다. 이 인증샷은 케이크 위에 김연아가 ‘백수의 상징’인 파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벤치에 앉아있는 장식물로 올려져 있었으며 다른 표지판엔 “백수라도 놀아줄게” “축 일반인 김연아” “나도 예전에는 여왕이었다구” “환영 자연인” 등의 글귀가 씌어 있었다.

이전 김연아의 모습은 사실 철저히 개인 생활이 공인의 눈으로 형상화된 것이었다. 선수로서 국민적인 기대감을 한몸에 받으며 항상 경쟁자를 의식하고 성적을 내야만 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따라서 김연아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차가운 얼음판을 지치며 힘들고 외로운 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심지어 일부 극성팬은 그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한동안 방황할 때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악성 댓글을 올려 그를 힘들게 했다. 이럴 땐 아마도 운동을 그만 때려치우고, 자유로운 개인생활을 만끽하는 여느 젊은 아가씨와 같은 생활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김연아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선수였으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심적으로 결코 편치 않은 생활을 했다.

지난 여러 해 동안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 용기를 불러일으켜 주었던 김연아는 자신의 몫을 충분히 다 했다. 다른 종목 같으면 한창 나이인 24세에 이미 이룰 것을 다 이룬 김연아는 일찍이 가져본 적이 없는 자신만의 삶을 누리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대여섯살 무렵 피겨를 처음 배워, 누구도 쌓지 못한 피겨의 금자탑을 세운 김연아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할지는 이제 그의 자유이자 선택이다. 이제는 어떠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길을 내줘야 한다.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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