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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喜怒哀樂’ 담은 무대…그것이 인생 그래서 연극
인생의 기쁨과 실연의 분노 표현한
‘그와 그녀의 목요일’ ‘M.버터플라이’
사별의 슬픔과 연애의 즐거움 녹여낸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바람난 삼대’

삶 관통하는 깊은 통찰의 무대 선사


듬직한 배우, 탄탄한 작품성, 관객들의 입소문 등으로 믿고 볼 수 있는 연극들이 줄줄이 개막되고 있다. 대학로 연극계를 주름잡고 있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여 관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연기파 배우들이 전하는 인생의 기쁨(喜)=‘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조재현, 정은표, 박철민, 배종옥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50대 남녀가 뒤늦게 깨달은 인생의 기쁨, 사랑 등을 그린다.

대학 시절부터 친구였던 정민과 연옥의 20대 시절과 50대가 된 현재의 모습이 교차되며, 그들의 엇갈린 사랑이 그려진다. 역사학 교수인 정민과 국제분쟁 전문기자인 연옥은 매주 목요일 만나 ‘죽음’ ‘비겁함’ ‘거짓말’ 등 무거운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철없고 아는 척하는 것을 좋아하는 정민은 재치 있는 논리와 유머로 쉴 새 없이 객석을 뒤집어 놓는다. 하지만 연옥이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이후 굵은 눈물방울을 떨구며 관객들을 숨죽이게 한다.

지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연옥은 자신의 시한부 선고와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정민의 고백에 흔들리는 모습 등을 섬세하게 연기한다. 연옥은 6주 동안 정민과의 대화를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인정하고 ‘나다운 삶’을 찾아 시리아로 떠난다. 연옥은 정민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다시 만나 토론하고 싶은 주제로 ‘댄스 음악의 필요성’ ‘이중섭의 그림과 배병우의 사진을 즐기는 법’ 등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행복들을 꼽아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환상 속 연인의 배신으로 인한 분노(怒)=허구보다 믿기 어려운 실화를 바탕으로 한 ‘M.버터플라이’는 완벽하다고 믿었던 연인으로부터 배신당해 절규하는 르네 갈리마르의 이야기다.

르네가 사랑했던 송은 프랑스 대사관의 직원인 르네로부터 정보를 빼내기 위해 중국 공산당이 보낸 간첩이다. 순종적인 동양 여인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던 르네는 여장(女裝)남자 송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이십년 넘게 함께 살았지만 르네는 한 번도 송에게 남자냐고 묻지 않았다.


결국 국가기밀누출죄로 프랑스 법정에 선 르네는 송이 남자인 데다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직면하고 분노한다. 환상 속의 사랑에서 깨어날 수 없었던 르네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웬만한 여자 뺨치게 아름다운 송(김다현)의 외모와 자연스러운 연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반면 “내 사랑의 모든 것이 거짓말이 됐다”며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고통스러워하는 르네(이석준)는 안타까움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실존인물인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와 중국 경극 배우 ‘쉬 페이푸’의 이야기와 오페라 ‘나비부인’의 아름다운 아리아가 어우러져 비극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아픈 가족을 떠나보내는 슬픔(哀)=신구ㆍ손숙 주연의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드라마틱한 내용은 없지만 잔잔한 장면들이 조금씩 눈물샘을 자극한다. 등장인물은 간암 말기의 아버지와 그를 간호하는 어머니, 둘째아들 내외, 옆집 아저씨 다섯명에 불과하다.

손을 떨며 가쁜 숨을 내뱉는 간암 말기 환자 신구와 말로는 “지겹다”면서도 간병에 정성을 쏟는 손숙은 연기자가 아닌 실제 노부부로 보일 정도로 자연스럽다.

부모가 일류 대학을 나온 형만 챙긴다고 원망하면서도 간병을 하러 시골에 내려온 착한 둘째아들 동하와 푼수끼 넘치는 며느리, 순박함으로 웃음을 주는 옆집 아저씨도 이 연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들이다.

병에 걸린 가족 때문에 가슴이 아팠거나, 부모를 떠나보낸 자식, 형제들보다 못 사는 자식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부모 등 누구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삼부자 커플을 통해 본 연애의 즐거움(樂)=‘바람난 삼대’는 사랑에 빠진 삼부자의 이야기로 시종일관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연극이다. 사별하고 혼자가 된 할아버지, 이혼한 아버지, 취업준비생 아들이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각각 좋아하는 여자를 데려와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남자 배우 한 명이 할아버지ㆍ아버지ㆍ아들을, 여자 배우 한 명이 할머니ㆍ 40대 노처녀ㆍ클럽 죽순이를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할아버지가 아버지로 바뀌고, 할머니가 클럽 죽순이로 변신해 놀라움을 자아낸다. 코믹한 대사뿐만 아니라 떠들썩한 랩이 이어지며 흥겨운 분위기로 이끈다. 또 관객들을 ‘창틀’ ‘상추’ 등으로 가정해 연극에 끌어들임으로써 열렬한 반응을 얻기도 한다.

할아버지 커플이 벌이는 황혼의 로맨스가 아버지와 아들 커플에게 “주저하지 말고 사랑에 빠지라”고 용기를 주는 마지막 장면에서 따뜻함이 전해진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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