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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조진래> 日 북진통일 가설과 ‘통일대박’ 도그마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 그런데 목표가 ‘평양’이다. 개혁정책을 펴던 김정은이 기득권 보수파의 쿠데타로 밀려났다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반격에 나선 것이다. 남쪽 정부는 김정은을 돕기로 하고 ‘부흥’프로젝트를 가동한다. 그리곤 북으로 진격해 평양에 임시정부를 수립한다. 허를 찔린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추진했지만 최악의 사태를 우려해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성명서 채택으로 무마된다. 결국 남한 주도로 통일이 되고 김정은은 정권을 내려놓는다. 통일을 내심 원치 않던 미국은 동북아 힘의 균형을 유지하려 일본에 오키나와 기지의 확대를 요구한다. 통일정부는 자강도 핵 농축시설을 넘겨받아 핵 보유 사실을 공표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도 탈퇴한다. 결국 동북아는 핵 전쟁터가 될 운명에 놓이게 된다.

물론 실제상황이 아니다. 최근 발간된 ‘일본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서적의 ‘북한 붕괴’ 파트 글이다. 일본재건이니셔티브라는 단체가 센카쿠 충돌, 수도권 지진, 핵 테러, 인구 감소 등 9개 긴박한 현안에 얼마나 일본이 준비돼 있는가를 시나리오 형태로 긴장감 있게 점검한 책이다. 지금으로선 북진 통일이라는 시나리오가 영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대한민국 밖에선 통일 한국에 대해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으며 심지어는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나라 안에서는 ‘통일 대박’이 도그마처럼 번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에 너나할 것 없이 “통일 비용보다 통일 편익이 훨씬 큰 걸 왜 여태껏 몰랐나”는 식으로 통일의 당위성, 그리고 가능성을 쉽게 얘기한다. 당연히 유무형의 통일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냥 앉아서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최근 ‘통일은 대박인가’를 주제로 열린 전경련 심포지엄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딱히 공식적인 결론이 나진 않았다. 기자가 나름 내린 결론은 이랬다. ‘준비된 통일이어야 대박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딱히 근거도 없이 계량적 수치로만 계속 부풀려지고 있는 통일편익에 대해선 보다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4분의 1은 통일을 위해 매년 1만원 정도는 부담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 10만원까지 가능하다는 응답을 포함하면 58%에 이른다. 통일을 기대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우리가 감당해야 할 통일의 몫이 너무 크다. 동독처럼 북한 임금을 우리 수준에 얼추 맞춰 주고 북한 정부의 대외 부채까지 떠안으려면 천문학적 돈이 필요하다. 세대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간단히 흘릴 얘기가 아니다.

탈북 출신 모 기자는 “전문가라면 쉽게 통일 대박이라는 말을 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맞는 말이다. 주변국들은 꺼리고, 국민들은 준비가 덜 돼 있다. 통일 비용, 통일 편익의 숫자 놀음에 국민이 정신줄을 놓게 해선 안 된다. 통일을 원하는 것과 이루는 것은 매우 다른 문제다. 꿈을 주는 것은 좋지만, 실현 가능한 방법과 그 과정에서 각자가 떠안아야 할 몫도 제대로 알려 주어야 한다. 그것이 ‘준비된 통일’의 첫 단추일 수 있다.

조진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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