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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의사파업 불법이라더니 다 퍼준 보건당국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이번 의ㆍ정 협의는 누가 뭐래도 정부의 완패다. 의료계 요구는 대부분 수용됐다. ‘의료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강력 제재를 벼르던 정부가 되레 이것저것 다 퍼준 꼴이 됐다. 한마디로 정부가 너무 쉽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논란이 됐던 원격 의료의 경우 양 측은 사업 안전성을 우선 검증키로 했다. 국회의 관련법 처리에 앞서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의료계 숙원인 의보 수가 조정 문제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료계 의견을 십분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연내 인상이 가능하게 길을 터 준 셈이다.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건은 의협과 병원협회 등 관련단체와 논의기구를 만들어 추가 협의키로 했다. 열악한 전공의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도 담았다.

정부는 급한 불을 껐다고 안심하는 듯하나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번 협의문에 이미 정부와 의료계의 민감 사안들에 대한 답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는 6개월 만에 사업성을 평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당연히 논란과 시간끌기가 계속되고 도입은 요원해질 것이다. 영리화 법인 건도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져 합의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느 한 쪽이 통 크게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될 텐데 지금으로 봐선 정부가 그럴 것 같아 걱정이다. 의료계 입김이 세져 수가와 연동한 건강보험료 결정에도 파열음이 예상된다. 열악한 동네병원 사정은 이해되지만 자칫 정도 이상의 수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의료계는 여전히 불만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밀실협상’이라며 협의문 무효화를 주장한다. 협회가 사실상 원격진료 도입과 의료영리화정책 추진을 용인했다는 것이다. 수가 인상 약속을 확실히 받아내지 못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의료 양극화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못한 데 대한 동네병원들의 원성도 높다. 타들어 가는 국민들의 분노를 헤아리지 못하는 이기적인 태도다.

의협은 오는 20일까지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부결되면 협의안은 휴지조각이 된다. 그리고 24일부터 당초 예고대로 전면파업이 시작된다. 만의 하나 사태가 그 지경까지 이른다면 의협은 엄청난 국민저항에 직면하리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정부도 더는 밀리지 않을 것이다. 설령 후속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보건 당국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선진화 역시 국민들을 위한 것임을 거듭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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