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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규제당국 기강 바로잡기가 규제개혁의 출발
금융시장의 비정상을 감독하고 해결하라고 만든 금융감독원이 오히려 금융범죄를 도운 게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2조원에 가까운 KT ENS 협력사 부정대출을 눈감아 준 것도 모자라 용의자에게 금감원 조사 내용을 알려줘 도피까지 시켰다니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금융감독 시스템 전반의 비정상이 도를 넘어, 감독권이 리스크가 되는 어이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시장을 건강하게 키워야 할 규제당국부터 이 모양인데 누가 규제완화 약속을 믿겠는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규제 혁파의 도그마’가 열병처럼 확산되곤 한다. 규제를 깨는 것만이 살 길이라며 만병통치약처럼 홍보된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때마다 성과 보고회가 열린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이벤트성, 일회성 파티만 계속됐다. 박근혜 정부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규제개혁위원회 등록규제는 1만5269건. 집권 1년 동안 380건이 늘었다. 모두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며 큰소리쳤지만 규제가 양산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규제 혁파 성공의 첫 번째 열쇠는 규제당국 기강부터 바로잡는 일이다. 금감원처럼 시장 감독권을 쥔 기관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으로 ‘규제완화 도그마’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뿌리 뽑아야 하지만, ‘수치적 성과’에 목을 매선 안 된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 이후 후속 실천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규제혁파 구호만 무성할 뿐 현실적, 구체적 액션플랜이 없다는 지적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장이 풀어 달라 요구하는 규제를 꼼꼼히 따져보길 바란다. 기업이나 사회단체의 수백, 수천개 규제 개선안에는 나름의 이해관계들이 숨어 있다. 그것이 꼭 풀어야 할 규제인지 판단할 수 있는 합리적 잣대가 긴요하다. 당장 풀 것과 천천히 해도 되는 것을 잘 가리고, 무엇보다 규제 폐기 이후 역기능까지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혹은 끝장 토론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현장에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부지런한 발품이 필요하다. 그래야 최근 급증하는 지자체 및 의원 입법 규제에도 충실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쳐부숴야 할 원수’, ‘암 덩어리’ 같은 원색적 표현까지 써 가며 규제혁파에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개혁위원회도 20일 끝장토론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번만큼은 지나가는 열풍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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