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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도요타 1조 벌금, 급발진 계속 외면할건가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가 미국에 12억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지난 2009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급발진 사고 의혹에 대한 당국의 수사를 종결하는 조건이다. 미 교통 당국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요타가 지불하게 될 벌금은 미국 정부가 자동차 업체에 부과한 사상 최고 액수다. 급발진 추정 사고가 나도 대부분이 유야무야 넘어가기 일쑤인 한국과는 상황 인식이 180도 다르다. 우리 교통 당국과 자동차 업계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도요타는 사고 당시부터 줄곧 차량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대목만은 철저히 부인했다. 운전자의 기기 조작 미숙이나 부주의, 또는 자동차 카펫이 가속 페달을 눌러 발생한 사고라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미국 교통당국이 아니었다. 전국과학자협의회와 미 항공우주국(NASA)까지 동원해 원인 규명에 착수하는 등 전방위 조사에 들어갔다. 물론 이 사고가 급발진이라는 명쾌한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나 소프트웨어 결함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은 부분적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그보다는 소비자 안전에 관한 한 결코 양보와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미국 당국의 강력한 의지에 도요타가 백기 투항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급발진 의혹 사고 문제로 도요타는 이미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집단 소송을 낸 원고들에게 11억달러를 법원 판결에 따라 지급했다. 또 사고를 전후해 생산한 자동차 1200만대에 대한 전면 리콜도 이뤄졌다. 그 비용만도 모두 35억달러에 이른다. 더욱이 도요타는 이 일로 기업 이미지와 시장 점유율, 재무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하긴 웬만한 기업이면 주저앉고도 남을 치명타였다. 소비자 안전에 손톱만한 소홀함이 있다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게 도요타 리콜 사태의 교훈이다.

우리의 경우 급발진 추정 사고를 회사가 인정했거나 보상을 받았다는 소리는 여태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급발진 추정 사고는 매년 수백건씩 발생하고 피해 규모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운전자 불안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무턱대고 ‘급발진은 없다’고 우길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교통당국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동차업계는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기술적 결함을 찾아내야 한다. 자칫 한방에 모든 게 끝장나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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