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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부녀 대통령의 방독
“솔직히 말해 독일 하면 먼저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내가 소녀 시절부터 즐겨읽은 하이네의 시 속에 곱게 흐르는 라인강이며, 낭만과 전설 속에 고요히 라인강을 굽어본다는 로렐라이 절벽이었고, 이런 것들을 실제로 답사해보고 싶은 바람은 간절한 것이었다”

반세기 전인 1964년 12월,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 서독을 방문하고 돌아온 육영수 여사가 남긴 방독 소감문의 한 대목이다. 어릴 적부터 문학적 감성이 풍부했던 한국의 퍼스트 레이디는 그러나 이런 오랜 소망을 놓아버렸다. 만리 타향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고생하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고단한 삶을 목도하며 한없이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가난한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났기에 숨이 턱턱 막히는 막장의 고통도, 녹초가 되는 병동의 노동도 감수해야 하는 그들이었다. 로렐라이 언덕 대신 찾은 서독 루르 탄광지대의 함본 광산에서 대통령 부부는 그들과 애국가를 부르며 울음 바다에 빠졌다.

육 여사는 귀국 후 당시 12살의 장녀 박근혜와 두 자녀에게 “‘너희들에게 선물 대신 흥미진진한 로렐라이의 전설이라든지 이야깃거리들을 잔뜩 안겨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해 미안하기 짝이 없다”며 어머니로서의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3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3박4일 일정으로 방문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방독 이후 서독 라인강의 기적은 한강의 기적으로 재현됐다. 아버지가 독일로부터 경제를 배웠다면 딸은 통독의 교훈을 배워 ‘통일 대박’의 꿈을 실현하려 한다.

박 대통령이 통일연설을 하는 드레스덴은 독일 통일의 터닝포인트가 된 곳이다. 드레스덴의 기적이 한반도에서도 재현되기를 희망한다. 

문호진 논설위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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