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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장암 수술후에도 절제된 생활해야 재발막는다”
<젊은 명의들 17>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8년 전인 2005년. 당시 달콤한 신혼생활의 재미에 빠져있던 30대 초반 여성이 인천성모병원 응급실로 실려왔다. 대장암의 일종인 결장암 3기였다.

이 여성은 암 덩어리가 커져 대장의 중간부분이 꽉 막혀 있었다. 환자는 변을 못봐 복부가 크게 부풀어올라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44)는 우선 스텐트(금속 그물망)를 이용해 막힌 대장을 뚫었다. 급한 불을 끈후, 이 교수는 환자의 상태를 안정시킨 후 대장을 일부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이 교수는 “결장암은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라며 “수술 후 항암치료까지 잘 마치고 회복해서 5년 경과후 완치판정을 받고 최근에는 출산까지 했다는 소식을 받아 내 일처럼 기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장암은 생기는 위치에 따라 크게 직장암과 결장암으로 나뉜다. 항문부터 시작해 약 15㎝ 안쪽 구간에 생기면 직장암이다. 나머지는 결장암이다. 대장암은 암이 있는 부위의 장을 절제하는 수술이 주된 치료법이다.

때문에 대장암 수술의 치료 결과와 완치는 정밀한 수술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과의사의 ‘명성’은 수술 건수 뿐만이 아니라 수술결과가 말해준다. 이 교수는 배에 지름 0.5cm~1cm의 구멍 3~4개를 뚫고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만 2004년부터 약 1000건을 넘게한 ‘베테랑중의 베테랑'이다. 수술 결과도 우수하다. 이 교수가 수술한 직장암에서의 항문보존율은 약 94%, 복강경 수술을 하다가 개복수술로 전환하는 비율(개복전환율)은 4%에 그친다. 


이 교수가 수술한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 2기일 때 92%, 3기는 84%다. 이는 타 병원보다 5년 생존율이 10% 정도 높은 수치이다.

이 교수는 스스로를 ‘타고난 의사’라기 보다는 ‘모자란 점을 인정하고 부단한 노력을 하는 의사’라고 자평한다.

“대장은 골반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도하지만 여러 장기와 신경이 모여 있기 때문에 정교한 수술이 필요해요. 특히 항문이 가까운 직장은 골반 속에 깊이 위치해 있어 수술 시 시야 확보가 어렵죠. 여성은 자궁ㆍ질, 남성은 전립선·방광·정낭 등 많은 장기에 둘러싸여 있어요. 또 배뇨·성기능과 관련된 신경도 있어서 이것들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수술하는 게 핵심입니다”

직장암 수술의 성공은 직장과 직장을 둘러싼 지방층인 ‘직장간막’을 깨끗이 들어내는데 달렸다.

“쉽게 말해 핫도그에서 안쪽에 있는 소시지를 직장이라고 하면 겉을 둘러싸고 있는 밀가루 빵이 직장간막이에요. 직장간막의 제일 겉은 순대의 껍질처럼 얇은 막이 감싸고 있어요. 직장간막에는 직장에서 시작한 암세포가 퍼져 있는데 직장암 수술 중 직장과 함께 직장간막을 떼어낼 때 제일 바깥쪽에 있는 막을 터뜨리지 않는 게 중요해요. 만약 막을 터뜨리면 암세포가 흘러나와 수술 후 재발률이 높아질 수 있어요”

때문에 대장 주변 해부학을 어설프게 이해해서는 좋은 수술 결과를 얻기 힘들다. “어떻게 하면 정밀하고 좋은 수술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온종일 대장암 수술 생각만 했어요. 일종의 이미지트레이닝이죠. 꿈을 꿔도 수술하는 꿈을 자주 꿀 정도로 고민을 하고 누워서 천장을 보면 항상 수술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정도로 제 자신을 담금질했죠”

이런 노력을 통해 이 교수는 국내 대장암 수술에서 ’최고의 테크닉’을 가진 의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교수가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는 ‘운명적’이었다. “원래는 경제나 경영학과쪽에 관심이 많아서 문과를 택했어요. 당시에는 고1때 한 번 문과를 선택하면 다시 이과로 가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부모님이 의사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셨어요. 마침 이과 친구중 한명도 저랑 비슷한 선택을 했는데 그 친구에게 점심시간에 빵 하나를 사주고 ‘서로 맞바꾸자’는 빅딜을 한후, 학교에서도 허락을 해줘서 결국 의사가 됐네요”

이윤석 교수는 의대 시절부터 외과를 선택했다. 그는 “신체의 아픈 부분을 정밀하게 제거하고, 재건 해주는 다이내믹한 외과의 매력에 매료됐었죠 . 전공의 시절엔(1996~2001년) 대부분 대장암을 개복수술로 진행했는데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수술법이 천지개벽할만큼 많이 발전했어요”


이 교수가 복강경 수술을 시작한 건 2004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 재직하면서 부터다. 2000년대 들어 복강경과 이를 발전시킨 로봇수술이 보급되며 환자는 흉터와 출혈이 적어 회복이 빨라졌다. 당시 이윤석 교수는 이런 복강경 수술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수술 잘하는 은사들을 줄기차게 쫓아다니며 어깨 너머로 수술법을 익혔다. 관련 학회와 심포지엄도 챙겼다.

“수술 결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제가 수술한 모습을 담은 영상을 다시 보며 복습했어요. 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뱃속을 보면서 진행하는 복강경 수술은 수술 장면을 녹화했다가 다시 볼 수 있었죠. 잠자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복강경 수술이 익숙해질 때까지 수년 동안 수술 영상을 반복해서 보면서 훈련을 거듭했죠”

이 교수는 2001년부터 군의관을 울릉도에서 했다. ‘울릉도 군의관 1호’ 라는 타이틀도 갖고있다. “군의관 시절 아버님이 응급실에서 돌아가셨는데 제가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해드릴게 없어서 눈물만 흘렸던 기억이 나요. 지금도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메는 환자들을 보면 울컥하는 마음을 억누를수 없어요. 실력이 좋은 의사가 당연히 되야겠지만 무엇보다 환자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의사가되겠다는 생각을 아버님 보내드리면서 다짐했습니다”

이 교수의 실력이 입소문이 나면서 세계 주요 학회에 연사로도 초청받고 있다. 올해에는 베이징대학교 조인트 심포지엄에서 복강경 괄약근간절제술을, 대만외과학회(TSA)에서 복강경 직장암 수술을 강의했다. 2013년에는 아시아복강경학회(ELSA)에서 로봇수술, 아시아 복강경 술기연구회(AETF)에서 복강경 수술을 소개하기도했다.

이 교수가 늘 환자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대장암은 수술이 끝이 아니예요. 음주와 흡연을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은 기본이고 절제된 생활을 유지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어요”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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