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 고가매입 보조금지급 불구
가입자 증가수 기대 이하 ‘고전’


“낡은 전화기를 비싸게 사줘도, 수익에 도움 안 되는 요금제 가입 고객에게도 인센티브를 줘도 안 되네.”

영업정지 기간 나홀로 영업이 허용된 SK텔레콤의 답답한 마음이다. 27만원 보조금 상한선을 고집하는 정부 당국의 눈치 속에도 보조금을 더 주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가입자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 영업정지 기간 나홀로 영업을 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최근 ‘데이터 함께쓰기’ 가입자도 신규 가입자로 인정,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선 영업망에 공지했다. 데이터 함께쓰기는 기존 스마트폰에 있는 3G 또는 LTE 데이터를 태블릿 또는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추가 요금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요금제로, 그동안은 통신사 입장에서 별다른 매출 증대 효과가 없어 냉대받던 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셰어링 유심을 중고폰 같은 공기계에 꽂아 기존의 SK텔레콤 고객과 묶으면 신규 실적으로 카운팅하겠다는 것”이라며 “실적 부진한 판매점의 수수료 차감을 방지하고 수수료 수혜 등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고폰을 시장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례도 나왔다. 최근 일부 SK텔레콤 매장에서는 아이폰4S를 47만원, 또 갤럭시S3를 35만원에 매입하는 마케팅이 등장했다. 시장 중고가격 대비 10만~20만원 정도 높은 가격에 매입하는 조건으로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고육책까지 동원해도 가입자 증가 속도는 기대 이하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영업정지 이후 SK텔레콤의 번호이동을 통한 가입자 증가 수는 하루에 최저 3000여건, 최고 6000여건을 맴돌고 있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의 손과 발이 묶였음에도, 영업정지 이전 번호이동 건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스마트폰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며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보조금이 27만원 상한선에 묶이면서 전체 소비심리 자체를 냉각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