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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정된 괴물 연기력, ‘프랑켄슈타인’ 예상 밖 호평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생각보다 재미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이 끝난 뒤 일부 관객들이 극장을 빠져나가면서 이같이 말했다. 창작 뮤지컬에 대한 기대치를 넘어선 완성도, 무거운 주제에 유머와 흥겨운 댄스 등을 적절히 섞어 지루하지 않았던 러닝타임, 웅장하면서도 귓가를 맴도는 애절한 음악 등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순수하게 한국 제작진이 만든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원작인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 등으로 아픔을 겪었던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신의 영역에 도전해 생명 창조에 몰두한다. 빅터의 실험을 돕던 친구 앙리 뒤프레는 살인사건에 휘말려 사형을 당하고, 빅터는 앙리의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어 괴물을 창조해낸다.

하지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인 괴물은 빅터는 물론 인간들로부터 버림받고 멸시당하며 외로움과 분노가 커져간다. 괴물은 빅터에 대한 원망으로 복수를 하기 위해 점차 그의 목을 조여간다.

특히 2막에서는 주연 배우들이 모두 1막에서와 다른 인물들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사람들에게 쫓기던 괴물은 스페인의 한 격투장으로 흘러들어가 철저하게 짓밟히며 복수심을 품게 된다. 당초 인간에 대한 동정심으로 살인을 피하려했던 괴물과 돈 때문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격투장 주인 부부 자크와 에바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이때 1막에서 빅터역을 맡았던 배우가 자크, 빅터의 누나 엘렌역이었던 배우가 에바로 변신하는 등 1인 2역을 소화한다. 귀족인 빅터, 엘렌이나 밑바닥 인생인 자크, 에바가 겉모습만 다를 뿐 모두 ‘인간’임을 나타내는 설정이다.

자칫하면 뜬금없어 보일 수 있는 이같은 장치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빛을 발한다. 빅터역을 맡은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과 앙리 및 괴물역의 박은태, 한지상 모두 안정된 연기력과 가창력을 선보이면서도 각각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유준상은 유쾌하지만 앙리의 죽음 앞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 여린 빅터와 능글맞은 자크 등을 넘나들며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다. 류정한은 광기 어린 빅터와 간드러지는 자크역를 오가며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객석을 휘어잡는다.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려 했던 것이 오만이었음을 깨닫고 회한에 빠지는 빅터와 처연한 눈빛으로 “혼자가 된 슬픔을 아느냐”고 묻는 괴물의 이야기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오는 5월 11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한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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