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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인인증 대체안 졸속 · 부작용 없도록
정부가 6월부터 내ㆍ외국인 모두 공인인증 없이 인터넷 거래가 가능한 새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외국처럼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으로 결제하고 음성자동응답 인증 등으로 보안 문제를 보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30만원 넘는 우리 상품을 액티브X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수고 없이 누구나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불필요한 규제도 없애고 덤으로 ‘한류 매출’까지 극대화할 수 있으니 환영할 일이다.

전 세계 95%가 쓰지 않는 공인인증서를 우리는 95%가 의무적으로 써 왔다. 아마존, 페이팔에서는 한두 번 클릭으로 사는데 우리 시스템은 외국인에게 먹통이었다. 온갖 해킹의 통로가 돼버린 액티브X를 유지하려 1조원의 세금이 허비됐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인터넷 해외 직구매 물량은 연간 1조원을 넘어섰다. 파는 길이 막히다 보니 온라인 무역수지는 올해 1조원 적자를 바라본다. 중국 등 친한류 국가를 또 다른 내수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시스템 개선은 꼭 필요하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 우리의 과제는 보안도 철저하고 사용도 쉬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공인인증서 이용을 의무화한 전자금융법을 개정하는 일이다. 지나치게 엄격한 기술 기준을 고집해, 결과적으로 공인인증 외 어떤 기술도 불허한 금융감독원 인증방법평가위원회도 존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회성 비밀번호처럼 쉽고 안전한 인증방법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외국처럼 생체신호 인식 같은 다양한 첨단기술 개발 노력이 요구된다.

때문에 이번 개선 작업은 민간이 중심이 돼야 한다. 바젤협약도 정부가 특정 기술을 강요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경쟁을 통해 기술적 진화가 이뤄지도록 정부는 장(場)을 마련해 주고 사후관리만 잘 하면 그만이다. 기술적 이해도가 떨어지는 관(官)이 기술을 직접 만들겠다거나 규제를 붙들고 있으면 또 다른 규제 수요만 생길 뿐이다. 지금의 공인인증제가 졸속 개발과 행정력 강제의 사생아임을 잊어선 안 된다.

민간 부문에선 이미 액티브X 없는 공인인증서 발급 및 전자서명 기술이 개발되어 상용화 단계에 있다. 공인인증 폐지법안은 1년 전에 여야발의로 국회에 올라가 있다. 대통령이 한 마디 했다고 뜬금없이 외국인 전용 쇼핑몰 운운하며 부산 떨지 말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들만 제대로 챙기길 바란다. 그러면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다. 빨리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고 부작용 없는 안전한 기술과 이를 뒷받침한 제도적 보완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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