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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통일 대박’ 현장에 선 박근혜 대통령
독일은 우리에게는 각별하고 특별한 우방이다. 거울을 보듯 서로 닮은 모습이 많다. 우선 두 나라는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가 놀라는 경제기적을 일궜다.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모두 두 나라 최초의 여성 지도자다. 나이도 비슷하며 이공계 출신에 보수 정당의 대표, 야당 당수를 거쳐 정상에 오른 것도 닮았다.

그러나 독일과 한국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게 있다. 독일은 25년 전에 통일의 대업을 이뤘으나 우리는 여전히 분단국이다. 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박 대통령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은 그래서 남북관계 개선 등 통일 문제에 쏠려있다. 박 대통령은 베를린→드레스덴→프랑크푸르트로 이어지는 통일 행보의 출발을 브란덴부르크문(門)에서 끊음으로써 독일 일정을 철저하게 통일 이슈에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독일은 역대 대통령들이 남북관계에 대한 중대 메시지를 던져 왔던 곳이다. 통일을 이뤄 번영하고 있다는 상징성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3월 독일에서 대북경제협력을 제안하는 ‘베를린 선언’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베를린자유대학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개발 지원과 특사 교환 등을 제안했다. 그 3개월 뒤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박 대통령이 방독 일정 중 가장 먼저 찾은 브란덴부르크문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분단의 장벽을 통감한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은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시작한 철의 장막은 동유럽과 소비에트의 광대한 영역을 거쳐 만주로 뻗어 내려가 우리나라 판문점에 이르고 있다. 독일과 한국은 하나는 유럽에서, 또 하나는 극동에서 각각 공산주의의 파괴적 침투를 막고 있는 방파제들인 것”이라며 냉전의 현실을 드러냈다. 딸 대통령은 이런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의 상서로운 기운을 얻어 갈 장소로 드레스덴을 택했다. 드레스덴은 동독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으나 통일 후 독일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우리 국민에겐 통일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이 과장된 것임을, 북한엔 통일 대박론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8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남북 통일과 관련한 의미있는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서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게 된다면 핵문제, 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 발전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말해 남북정상 회담 제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드레스덴 독트린’을 통해 박 대통령이 주창한 통일대박론의 초석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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