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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작년 성적 묻지마! 올핸 무조건 4강”
열성팬들이 점친 각 팀의 운명은…
대부분 희망 섞인 편파분석·전망
“우리 팀 집중견제 받을라”
우승후보는 다른 팀 꼽아

프로야구 팬들에게 봄은 개막과 함께 찾아온다. 팬들은 2014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봄맞이 채비에 여념이 없다. 사실 프로야구 팬들의 봄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각 구단의 열성팬들은 지난 8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시범경기 결과를 토대로 각 팀들의 전력을 ‘냉철히’ 분석하면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운명을 열심히 점치고 있는 중이다.

▶썩어도 준치, 그래도 4강은 간다=한국 프로야구의 역사가 30년을 훌쩍 넘어서다 보니 각 팀 열성팬들의 안목 역시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다. 다만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면서 ‘객관적’인 평가와는 다소 다른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포스트 진출 마지노선인 4강 진입을 확신하는 것은 대다수 팬의 공통점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골수팬들은 각자 자신의 응원팀의 성적을 냉철히 분석하는 데 여념이 없다. 사진은 지난 시즌 한화 이글스의 편파 중계 모습.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지난해 우승팀인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는 박지훈 변호사는 “최종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3년 연속 우승했는데 그래도 4강은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우승문턱에서 좌절했던 두산베어스 역시 4강 진출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두산의 팬 커뮤니티인 ‘베어스홀릭’ 게시판에는 지난해 준우승의 호성적을 거두고도 사령탑을 전격 경질한 프런트를 겨냥해 “올해 4강 못가면 프런트 싹 물갈이해라”는 글들이 넘쳐 난다.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맛본 LG트윈스 팬들은 의견이 나뉘는 편이다. 지난해 성적을 근거로 4강을 자신하는 팬들도 있지만 오랫동안의 아픈 기억으로 인해 비관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4강행 막차를 탔던 넥센히어로즈 팬들은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넥센 구장 캐스터를 하기도 했던 정명석 씨는 “외국인 용병을 제외하곤 외부영입은 없었지만 4강권은 무난할 것”이라며 “올해 4강구도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년 하위권? 우리도 4강! =진정한 팬이라면 지난해 성적 따위에는 연연하지 않는 법. SPOTV 편파중계 기아타이거즈 담당 캐스터를 맡아 인기를 누렸던 최준오 아나운서는 “기아는 2009년 우승 이후 들쭉날쭉해서 올해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2009년처럼 팀워크만 발휘된다면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고 내심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준오 아나운서는 다만 기아의 성적이 최근 몇 년간 안 좋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듯 “해태 시절부터 우승을 많이 지켜보면서 우리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우승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지 않다. 기대만 높였다가는 나중에 상처를 받으니깐 현실적인 성적을 기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화이글스의 골수팬으로 SPOTV 편파중계 한화 담당 캐스터를 맡았던 이정기 씨 역시 탈꼴찌를 넘어 4강 진입이라는 ‘야심’을 드러냈다. 이정기 씨는 “시범경기 성적을 보면 한화의 3월 성적이 좋을 것 같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초반 성적 부진으로 1년 내내 힘들어했지만 올해는 4강 정도는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이전까지 한화 경기는 팬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다가 3회쯤 돼서 점수차가 벌어지면 경기장을 나가곤 했는데, 올해는 9회까지 지켜보는 야구를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21세기 신흥강호라고 불리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가 지난해 6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SK와이번스의 팬들은 올해 마지막 우승이었던 ‘어게인(again) 2010’을 외치며 명가부흥을 꿈꾸고 있다. SK 팬인 민경수 스포츠캐스터는 “지난해 초반의 시행착오만 겪지 않는다면 4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9번째 구단으로 창단돼 지난해 처음 1군 무대에 뛰어든 NC다이노스 역시 올해는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NC다이노스는 창단된 지 얼마 안 돼 팬들의 숫자는 다른 팀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소수정예’로 팀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열성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은 우승후보 제외? =전문성을 인정받은 각 팀의 열성팬들에게 올해 우승후보에 대한 질문도 던져봤다. 의외였던 점은 모든 이들이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신의 팀을 제외하고 다른 팀들을 우승후보로 꼽았다는 것이었다.

삼성 팬인 박지훈 변호사는 “솔직히 말해서 LG와 기아가 좋아 보인다”며 “삼성은 우승전력의 30%라고 할 수 있던 오승환 선수가 일본으로 진출하면서 다소 힘이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SPOTV 편파중계 LG 담당 해설을 맡았던 전승남 전 LG트윈스 선수는 “개인적으로 보면 SK가 한두 발짝 앞서 있고 두산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며 “LG는 시즌 개막하고 3분의 1 시점이 됐을 때 중위권으로 올라 설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넥센 팬인 정명석 씨는 “한화의 분위기가 만만치 않은데, 한화가 얼마나 해주느냐가 올해 프로야구 판도를 좌우할 것 같다”며 “냉정하게 말해 넥센은 우승후보라고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SK 팬 민경수 스포츠캐스터는 우승후보로 SK는 쏙 뺀 채 “LG가 지난해부터 무서워졌고, 삼성은 어차피 올라갈 팀”이라며 “복병을 꼽는다면 넥센 정도”라고 전망했다.

응원하는 팀의 전망을 낮춰 잡으려는 심리 속에는 집중 견제를 피하게 하려는 속깊은 애정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 팀이 아닌 대한민국 야구 발전을 위해=자타가 공인하는 각 팀의 열성팬이지만 이들의 시선은 ‘우리 팀’에만 머물지 않는다.

롯데자이언츠 팬으로 SPOTV 편파중계에 출연하기도 했던 영화배우 신승환 씨는 “프로야구 전반의 흥행과 발전을 위해서는 롯데뿐 아니라 팬들이 많은 다른 팀들도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승환 씨는 이어 “최근에는 시범경기는 물론 류현진 선수 등이 진출한 미국 메이저리그, 오승환 선수 등이 나가 있는 일본 프로야구를 볼 수 있어 야구팬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기”라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 야구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넥센 팬인 정명석 씨도 “한화 팬이 늘면 더욱 좋겠지만 야구팬이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일 아니겠느냐”면서 “특정 팀, 특정 선수의 팬이 되면 야구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다”고 야구 예찬론을 펼쳤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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