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소니는 대만에서 발매한 주력 스마트폰 신제품 엑스페리아Z2의 가격을 783달러로 밝혔다. 현 시장 환율 기준 우리 돈으로 84만원 정도다. 대만 달러와 미국 달러의 환율 변동, 그리고 미국 달러와 우리 원화의 환율 차이 등에 따라 다소 가변적이지만, 결국 삼성 갤럭시S5와 가격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잡기에 혈안이 된 대만의 대표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 역시 신제품 M8을 전격 공개하며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 제품의 대만 내 판매 가격은 2만1900대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77만 원 정도다. 하드웨어 사양은 삼성전자 갤럭시S5나 소니 엑스페리아Z2와 비슷하면서도, 가격 면에서 10만원 정도 더 싸게 공급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 같은 최고급 사양 스마트폰의 잇다른 가격 낮추기는 삼성전자 갤럭시S5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중인 삼성전자가 전작보다 10만원 가량 낮춘 신제품 가격을 책정하자, 후발 주자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가격 인하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치킨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다.
앞서 삼성전자가 이통사들과 80만원 대 갤럭시S5 출고가 협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조 업체들 사이에서는 과거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보여준 바 있는 치킨게임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의 초기 출고 가격을 전작보다 낮게 가져가는 것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후발 업체 고사 전략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치킨 게임에 빠졌고, 그 결과 대만과 일본에 넘쳐나던 반도체 공장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과실은 남은 삼성전자와 몇몇 상위 업체가 독식하고 있다.
이런 치킨게임이 스마트폰 시장으로까지 번질 경우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업체들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국내 시장에서는 역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LG전자와 팬택이 치킨게임의 유탄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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