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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포화 당구장 생존코드 ‘女’…탈선 조짐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3만 곳에 육박하는 업소로 인해 당구장 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생존경쟁에 한창이다.

비록 당구 동호인 수가 최대 규모인 12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허수를 감안하면 정작 일선 당구장들은 인근 당구장과 한정된 고객을 나눠먹기 하거나 서로 제로섬 경쟁을 펼치게 된다는 것이 업주들의 이야기다. 실제 폐업하는 당구장 수가 적지 않다.

국제경기 규격의 대대 당구대를 설치하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업소가 점차 늘고 있다. 대한당구연맹 등에 따르면 2010년 대대 설치율은 20%에 못미쳤으나 현재는 30%를 넘어 40%에 다가가고 있다. 대대는 기존 중대에 비해 요행수가 적어 실력이 뛰어난 고점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가격 후려치기’로 차별화를 꾀하는 업소들도 늘었다. 예를 들어 인근 당구장들이 10분당 2400원의 요금을 받는다면, 10분당 1600원으로 가격을 내리는 식이다. 경쟁업소들가 덩달아 가격을 내리다보면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 제살 파먹기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근래 들어서는 여성 직원을 당구장에 다수 고용해 젊은 남성 고객을 유치하는 업소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창원, 천안 등 일부 지방의 특정 지역에서는 유행처럼 번져 그 일대 대부분의 당구장이 동일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개 ‘미녀 당구장’ ‘미인 당구장’ ‘미스 당구장’과 같은 상호를 쓴다.

남성 고객이 주류인 업소에서 예쁜 여성 직원이 서비스 한다면 매출이 대폭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담배 한 갑을 사더라도 담배가게 아가씨가 예쁜 곳에서 사게 된다지 않은가. 그러나 해당 지역의 일부 업소는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금을 접수하는 계산대뿐 아니라 음료수, 과자를 나르는 서빙에도 여성 전담 직원을 2명 이상 많게는 5,6명씩 두기도 한다. 경쟁이 심화되면서는 여성 직원들의 옷차림이 점점 달라진다. 단적으로 말해서, 짧아진다. 일부 업소는 레이싱모델, 메이드복 코스프레 의상을 입기도 한다. 게임중 다가와 말동무를 해주는 전담 직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이런 행태는 베트남 등 일부 국가의 당구장 업소에서 벌어지는 접대 서비스를 연상케 한다. 이들 국가의 당구장 중 일부는 유흥업소화 돼 있다. 여성 직원이 당구를 함께 치거나 가르쳐 주기도 하며, 술 상대가 돼 주거나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일선 당구장은 엄연히 청소년의 상시 출입이 가능한 체육시설로 등록돼 있다. 유흥업소에 당구대를 놓아둔 것이 아닌 다음에야,국내 당구장에서 이런 유흥 접대는 철저히 금지된다.

아직까지 이로 인해 단속이 되거나 한 경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동종업종간 극심한 경쟁 탓에 탈선할 개연성은 언제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적잖은 당구장 업주들도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천에서 최근 여성 업주와 여성 직원만으로 이뤄진 당구장 프랜차이즈 ‘미녀들의 당구클럽’ 1호점을 오픈한 강병조 대표도 이를 걱정하고 있는 이 중 한명이다. 여성 직원과 업주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의 여성직원 서비스는 의상 노출도 등에서 지나친 감이 크다. 그런 아르바이트 직원은 시급이 9000~1만1000원으로 통상 아르바이트 직원보다 2배나 되지만 몇 개월 못 버티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업주는 구인 광고 올리기 급급하고 인건비 부담은 계속 늘어난다. 간식, 음료 등 기본적인 서비스와 인테리어에 집중해야 한다.”

강 대표는 “여성이 당구장을 카페 같은 분위기로 꾸며 직접 운영하면 카페, PC방 문화에 익숙한 20대 초반~30대 후반 남성 고객들에게 통할 것’이란 역발상으로 이 같은 프랜차이즈를 구상하게 됐다”며 “이런 당구장 사업이 여성들의 창업 벽을 깨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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