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선글라스는 봄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바쁘고, 수영복은 겨울철 뜨끈한 스파에서 맵시를 뽐낸다. 탄산음료 역시 겨울철 최고 인기음료로 떠올랐다.
계절상품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점차 바뀌는 것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소비하는 품목들이 달라져 ‘겨울용’ ‘여름용’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해지는 중이다.
가전제품은 변화의 바람이 거센 곳이다. 계절가전의 대명사 에어컨은 공기청정 기능을 더하면서 겨울에도 귀한 몸으로 변신했다. 매장 판매직원들은 에어컨을 살 때 10명 중 9명은 공기청정 기능을 따지는 것이 요즘 분위기라고 전한다.
조민용 롯데하이마트 계절가전팀장은 “미세먼지 이슈에 따라 에어컨을 사계절 공기청정기로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 공기청정협회 인증을 받은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30% 정도 더 잘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름 장마철에 반짝 인기를 끄는 줄 알았던 제습기도 계절을 넘어섰다. 하이마트에서 지난 겨울 시즌(2013년 12월~2014년 2월) 제습기는 전년대비 530%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해부터 제습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겨울까지 인기가 이어진 것. 특히 제습기는 실내 빨래 건조 등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겨울철에도 유용하다.
따뜻한 겨울이 가져온 변화도 많다. 수박, 참외 등 여름 과일의 출하시기가 앞당겨지며 3월 과일 매출 순위를 뒤바꾼 것은 물론 차갑게 먹는 식품은 겨울에도 인기다.
롯데마트가 2010년 이후로 음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 겨울(12월~2월) 탄산음료가 전체 음료 분류 중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겨울 가릴 것 없이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과즙음료를 제치고 다른 음료가 1위로 올라선 것도 처음이다. 전통적으로 여름 음료 1, 2위는 과즙과 생수, 겨울 음료 1, 2위는 과즙과 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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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컨은 겨울에도 공기청정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롯데하이마트 대치점의 에어컨 예약판매 모습. |
하언정 롯데마트 음료 MD는 “따뜻한 겨울 날씨가 지속되면서 야외활동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결과”라며 “5위를 차지한 커피차음료도 10% 비중을 넘는다는 것은 전체적인 음료 소비 트렌드가 계절에 관계없이 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시원하게 먹는 비빔면 종류도 겨울에 잘 나간다. 팔도 비빔면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총 1000만개가 판매돼 최근 4개년 겨울철 평균 판매량인 500만개보다 두배 가량 늘었다. 아이스크림 역시 겨울에도 디저트 수요가 많아,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특히 기념일과 모임이 많은 12월에 가장 많이 팔리며 한여름보다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한다.
수영복은 여전히 여름철 매출이 집중되고는 있으나, 봄, 겨울에도 찾는 이들이 많다. 휴양지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해마다 늘고, 국내 워터파크 및 스파는 사계절 북적인다.
G마켓이 지난해 3월 수영복 매출을 100으로 놓고 분석했을 때 7월 매출이 663으로 가장 높긴 했으나 9월 100, 12월에 92, 올해 2월 99 등으로 한여름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에도 꾸준한 수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겨울휴가를 더운 나라로, 여름휴가를 추운나라로 가는 여행 트렌드 속에 SPA 업체들은 역(逆)계절 의류를 두루 판매한다.
또 구두, 핸드백이 패션소품을 넘어 패션 스타일을 완성하는 필수품으로 인식되면서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4개점에서 이들 상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겨울시즌이 아닌 3월에 최고매출을 기록했다.
목에 두르는 머플러도 추동패션을 넘어선 아이템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미세먼지를 막는 효과까지 보면서 머플러는 사계절 상품 반열에 올랐고,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여름용 머플러도 개발되는 등 패션 업체들은 계절에 맞게 머플러 아이템을 개발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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