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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계절상품’ 계절을 잊다
뜨거운 여름 햇빛이 반사되는 까만 선글라스, 해변에 선 비키니 수영복의 미녀. 그리고 그녀가 한 손에 든 시원한 탄산음료. 여름 풍경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러나 선글라스는 봄 황사와 미세먼지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바쁘고, 수영복은 겨울철 뜨끈한 스파에서 맵시를 뽐낸다. 탄산음료 역시 겨울철 최고 인기음료로 떠올랐다.

계절상품이 사라지고 있다.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점차 바뀌면서 라이프스타일도 변했다. 이젠 ‘겨울용’ ‘여름용’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하다. 

가전제품은 변화의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이다. 계절가전의 대명사 에어컨은 공기청정 기능을 더하면서 겨울에도 귀한 몸으로 변신했다. 에어컨을 살 때 10명 중 9명은 공기청정 기능을 따지는 것이 요즘 분위기다. 

조민용 롯데하이마트 계절가전팀장은 “에어컨을 사계절 공기청정기로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 공기청정협회 인증을 받은 제품이 30% 정도 더 잘 나가는 추세”라며 “에어컨의 절전기능이 좋아져 공기청정 기능으로만 쓰면 전기세 부담도 크지 않아 더욱 인기”라고 말했다.

여름 장마철 반짝 인기 상품이던 제습기도 계절을 넘어섰다. 제습기는 실내 빨래 건조에 특히 좋아 추운 겨울철 잘 마르지 않는 베란다 빨래 해결사로 거듭났다.

지난해부터 제습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더니 하이마트의 겨울 시즌(2013년 12월~2014년 2월) 제습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따뜻한 겨울이 가져온 변화도 많다. 수박 등 여름 과일의 출하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젠 차갑게 먹는 식품이 겨울에도 인기다.

롯데마트가 2010년부터의 음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겨울(12~2월) 탄산음료가 처음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겨울 가릴 것 없이 독보적 1위이던 과즙음료를 제치고 다른 음료가 1위로 올라선 것 자체가 처음이다. 전통적으로 여름 음료 1, 2위는 과즙과 생수, 겨울 음료 1, 2위는 과즙과 두유였다.

하언정 롯데마트 음료 MD는 “따뜻한 겨울 날씨가 지속되면서 야외활동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결과”라며 “5위를 차지한 커피차음료도 미중이 10% 이상 된다는 것은 전체적인 음료 소비 트렌드가 계절에 관계없이 고르게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시원하게 먹는 비빔면 종류도 겨울에 잘 나간다. 팔도 비빔면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총 1000만개가 팔렸다. 최근 4개년 겨울철 평균 판매량의 두 배다. 디저트 수요가 많은 아이스크림 역시 겨울에 잘 팔린다.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특히 기념일과 모임이 많은 12월에 가장 많이 팔린다.

수영복은 그나마 여름철 매출이 집중되고는 있다. 하지만 봄, 겨울에도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난다. 휴양지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해마다 늘고, 국내 워터파크 및 스파는 사계절 북적이기 때문이다.

G마켓의 분석은 그런 추세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3월 수영복 매출을 100으로 놓았을 때 7월 매출이 663으로 가장 높긴 하다. 그러나 9월 100, 12월에 92, 2월 99 등으로 한여름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에도 꾸준한 수요가 있다. 특히 겨울휴가를 더운 나라로, 여름휴가를 추운나라로 가는 여행 트렌드 속에 SPA 업체들은 사계절 내내 봄, 여름, 가을, 겨울 옷을 두루 판매한다.

구두, 핸드백의 겨울시즌 매출이 가장 높다는 것도 옛말이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4개점에서는 이들 상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월에 최고매출을 기록했다. 그간 3월은 봄 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매출에 큰 변화가 없는 시기였다. 패션소품으로 인식되던 구두와 핸드백이 패션 스타일을 완성하는 필수품으로 인식되면서 봄철에 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머플러도 추동패션을 넘어선 아이템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미세먼지를 막는 효과까지 보면서 머플러는 이제 사계절 상품이 됐다”면서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 여름용 머플러가 나올 정도로 패션 업체들은 계절에 맞는 아이템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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