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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조진래> ‘세금내는 일자리’ 대기업이 앞장서라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인수ㆍ합병(M&A) 시장이다. 대우조선해양 STX팬오션 동부제철 우리은행 동양생명 현대증권 등 업종 불문 대형 매물들이 줄을 섰다. 공기업 민영화와 사모펀드(PEF)까지 가세되면 50조원은 족히 될 만하다. 문제는 매수자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돈 많은 대기업들이 투자를 않는 것이다. 이유는 네 가지 중 하나다. 첫째 불투명한 시장 탓이다. 섣불리 달려들기엔 리스크가 크다. ‘승자의 저주’도 두렵다. 두 번째는 미래 수종사업감이 적다. 삼성 같은 입장에서 보면 이미 해 봤거나 검토했다가 내려놓은 업종이 태반이다. 세 번째는 아직도 도처에 깔린 규제. 마지막으로는 대기업 M&A를 보는 시장의 시선이다.

해법을 찾아보자. M&A 활성화와 투자규제 완화가 첫 번째와 두 번째다. 정부는 한 달 전에 M&A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과감한 사모펀드 육성과 함께 대기업 규제 혁파를 약속했다. 그중 대기업이 우량 중소기업을 인수할 때 프리미엄을 인정해 합병가액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 게 있다. 이것만 활성화돼도 우수한 부품 혹은 R&D 협력사를 적극 발굴 육성하는 데 투자가 가능해진다. 고용문제까지 단번에 해결 가능하다. 물론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이라는 안이한 비판, 대기업 M&A를 악의적 기업사냥으로 보는 편향된 인식, 국민들 사이에 내재된 ‘스톡홀름증후군(재벌이 밉지만 밀어줄 수밖에 없다는 양면적 인식)’을 없애야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5조달러의 돈이 금고에서 잠자고 있다고 한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버라이존 삼성전자 등 5개 글로벌 IT기업의 현금만도 3870억달러(약 410조원)에 이른다. 올해 우리 예산보다 60조원이나 많은 규모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1년 새 17조원 늘어 지난해 말 현재 54조5000억원의 현금을 보유 중이며, 현대차그룹도 주력 3사에만 35조원이 쌓여 있다.

대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서게 하려면 규제완화가 절실하다. 특히 수도권 및 비롯한 도심 규제를 과감히 풀어 대기업의 돈이 시중에 돌게 해야 한다. 난건설만 아니라면 R&D 시설 등에 관한 규제도 빨리 풀어야 한다. 이는 지방정부의 자립도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제조업의 재발견’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요즘 영국, 미국에선 자국 제조기업들의 유턴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좀 더 파격적인 유인책을 펼친다면 기대 밖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업 육성도 좋지만, 우리가 잘하는 제조업에서 길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에 ‘치킨 가게가 한국 경제 발목 잡는다’는 한국 관련기사가 있었다. 치킨집의 ‘골목 안 출혈경쟁’은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한국에서 1000명 이상 대기업 고용비중은 6% 언저리에 그친다. 대부분 일자리가 자영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대기업이 제 평가를 못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가 만드는 ‘근로복지형’ 일자리는 한계가 명확하다. 투자가 성장과 고용으로 연결돼야 한다. 세금내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 이것이 돈 많은 대기업의 시대적 역할이다.

조진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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