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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점증하는 ‘그림자금융 리스크’ 선제적 대응을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그림자금융은 우리 경제의 ‘테일 리스크(tail risk)’에 해당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테일은 정규분포에서 확률이 극히 낮은 꼬리 부분이다.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확산될 수 있는 위험을 뜻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온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도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라는 꼬리가 세계경제라는 몸통을 뒤흔들어 놓은 사례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동양그룹의 부실 기업어음(CP)이 금융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증권ㆍ대부ㆍ신탁업 같이 은행 시스템 밖에서 발생하는 그림자금융은 규제와 감독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탓에 거품이 쌓이고 쌓이다 일시에 폭발해 심대한 타격을 입힌다. 그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고 70%에 이른다는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세계경제의 시한폭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그림자금융의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그널이 나왔다. 3일 한국은행이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광의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전년에 견줘 11.2%(157조원) 늘어난 1561조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우리 GDP보다 약 133조원 많은 액수다. 나라 밖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조사대상 26개국 중 네덜란드(564.7%), 영국(354.4%), 스위스(233.5%) 등 3국과 유로존 홍콩 미국에 이어 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증가세를 이끈 상품이 위험성이 높은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유동화상품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매출채권, 회사채 등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어음의 일종들이다. 이들 상품 규모는 163조원으로 전년보다 24.4%나 늘었다. 만기가 통상 3개월로 짧은 편이어서 대개는 석 달에 한 번씩 차환하게 돼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차환이 어려워지면 기업과 투자자는 물론 매입보장 약정을 맺은 금융사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 최근 대출사기에 연루된 KT ENS는 신용도 하락으로 ABCP를 차환하지 못해 법정관리 신세로 전락했다.

금융당국은 그림자금융의 순기능적 측면인 자금조달의 다양성은 살리되 양적 증가에 따른 부작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관리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의 동향을 면밀하게 살펴 국내 기업들이 리스크를 사전에 회피할 수 있도록 조기 경보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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