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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구장 필수 장식 ‘당구 병법’ 순화하자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동네 당구장에서 현수막이나 액자 형태로 흔히 내걸려 있는 ‘당구 병법’. 당구장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상황을 반어와 과장으로 담아낸 글모음이다. 껄껄 소리가 날 만큼 웃음과 재미를 주는 글들이다보니 개업하는 당구장의 인테리어 필수품으로 통할 정도다. 그런데 한켠으로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맞춤법도 안 맞고, 용어는 국적불명 일색이다.

구전돼오던 우스개가 모인 만큼 버전이 몇가지 있으나 대체로 이런 내용이다.

“가급적 후루꾸를 쳐서 상대방의 기를 죽인다.
수시로 말 겐세이를 해서 상대방의 정신을 흐트린다.
후루꾸는 필히 장타로 연결한다.
장타 치고 난 후 완벽한 디펜스를 한다.
이긴다고 생각하는 게임은 차(음료수)를 주문한다.
큰 게임에 승리한 후 동전계산은 보조한다.
철저한 스포츠정신에 입각하여 겐세이와 알치기를 병행한다.
어려운 공은 긴 인타발로 상대방의 심기를 흐트린다.
상대방의 삑사리는 박장대소로 응수한다.
돈이 걸린 게임에는 친구 및 부모형제도 버린다.”

이 글을 한번 다듬어 보자.

“가급적 요행수로 득점해 상대방의 기를 죽인다.
수시로 말을 붙여 상대방의 집중력을 흩트린다.
요행수로 득점하면 필히 연속득점으로 이어간다.
이긴다고 생각하는 경기는 음료수를 주문한다.
오래 걸린 경기에서 승리하면 잔돈 계산은 거들어준다.
철저한 스포츠정신에 입각해 방해와 득점조작을 병행한다.
어려운 공은 치기 전에 시간을 끌어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상대방이 치다가 실수하면 박장대소로 응수한다.
돈이 걸린 경기에는 친구와 부모형제도 버린다.”


원문에서 내세운 특유의 웃음 요소가 그대로 살아 있다. 여전히 점잖지는 않으나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없다. 앞으로 개업할 당구장은 이렇게 순화된 것으로 출력해서 쓰면 어떨지 감히 제안해 본다.

4월4일자 헤럴드경제 주말기획 ‘레저스포츠 에티켓’ 중 <일본어 쓰는 300점 ‘당신’ 매너는 30점>이란 기사에 네티즌들의 많은 댓글이 달렸다. 찬반이 엇갈렸다. 반대의사를 표명한 한 네티즌은 “일본에서 전래돼온 스포츠라면 일본식 용어를 쓰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지적했고, “영어는 괜찮고 일본어만 안 되느냐”고 반문한 이도 있었다.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지적이 아닌가 한다. 한국에 당구가 들어온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이긴 하나, 일본은 당구 종주국도 당구 강국도 아니다. 공식 용어를 따르더라도 차라리 유럽 것을 취하거나 한국에서 새로 정립하는 것이 타당하다. 

심지어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공식용어가 완전하게 정립돼 있지 않은 형편이다. 실력으로 따지자면 3쿠션 부문과 풀(포켓) 부문에서 한국이 월등히 일본에 앞서 있다. 취하려면 원류를, 그리고 일류를 취하는 것이 더 옳은 것 아닐까.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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