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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雜鬪雜說]국내 여성 첫 UFC 진출?…0순위는 함서희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일반인들에겐 아직 낯설지만 국내 여자 격투기 선수중에는 아시아권을 능히 호령할 존재가 있다. 이쪽 계통에서 ‘함더레이’란 별명으로 통하는 파이터 함서희(27)다.

함서희보다 유명한 여자선수는 꽤 된다. 요즘 미모와 실력을 겸비했다 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송가연, 이에 못지 않은 미모와 K-1 무대에 올랐던 화려한 경력을 앞세운 임수정. 이들은 몇차례씩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던 이들이다.

그보다 앞서서는 라운드걸과 파이터 겸업을 선언했던 이수연이 있었다. 금새 프로레슬러로 전향하더니 근래에는 별다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눈에 한껏 힘을 주고 찍은 과거 프로필 사진. 일본의 와타나베 히사에는 경기를 앞두고 대전 상대로 정해진 함서희의 뿔테 안경을 쓴 모습에 “닥터 슬럼프 만화의 아라레(여주인공) 같이 생겼다”며 호감을 드러냈다가 경기 시작 공이 울린 뒤 바로 후회했다.

사실 함서희는 10여년 전 학창시절부터 격투기 대회를 뛰었던 베테랑이다. 대중에 많이 안 알려져 있을 뿐이지, 해당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최고 중 최고로 꼽던 선수다.

한국 무대에서 상대가 없어 일본 무대에서도 5년 이상 뛰었다. 와타나베 히사에, 시나시 사토코 등 당시 쟁쟁하던 일본 넘버원 파이터들을 다 박살냈다.

2010년 이전까지는 한국 격투기 선수들의 레벨은 일본에 한참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았던 게 사실이다. 현재 UFC에서 뛰고 있는 김동현 정찬성 등 한국 최정상권 파이터 일부를 제외하면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몇수 접어줬다.

그런 시대적 흐름을 함서희는 철저히 거슬렀다. 종합격투기 입문이 늦어 주종목인 입식격투기 기술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대를 철저히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일본 경기를 주선했던 프로모터 측은 “함서희는 일본대회에 함께 출전하는 한국 남자선수들보다도 개런티가 훨씬 높게 책정됐다. 그런데도 일본에선 돈을 더 주고서라도 그를 출전시키려 할 만큼 지명도가 높았다”고 귀띔한다.

한국 무대에서 그가 ‘왕따’였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쟁쟁한 선수들도 그와 매치업하면 출전 자체를 보이콧 하겠다고 버티기 일쑤였다. 그가 일본 무대로 눈길을 돌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서희는 여자가 아니에요!”

타 도장의 코칭스태프들이 그와 매치업을 거절할 때 자주 나왔다던 표현이다. 157.7cm, 50kg에 불과한 소녀 하나가 뭐 그리 무섭게 비쳐졌을까.

과거 그의 경기를 직접 두어 차례 본 적이 있다. 종합격투기가 아닌 입식격투기 경기였다. 원투부터 날카롭다. 이어지는 로킥이 채찍같다. 상대 스탭이 잠시라도 멈추면 미들이 쏟아진다. 상대가 붙으면 무릎이 요격미사일처럼 빈틈으로 박힌다.

킥복서 전형과 같은 정석 패턴과 찰진 타격 템포. 남자 탑랭커 선수와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이 무서웠다. 투혼, 열정, 불굴의 정신 이런 따위가 아니다. 포식자가 반항 한번 하지 못한 초식동물에게 던지는 경멸이 그 눈에서 읽혔다면 착각일까.

평범한 선수와 최상위 선수를 구분짓는 ‘킬러 인스팅트’가 그에게는 있다. 그의 별명 ‘함더레이’가 난폭한 타격으로 유명한 남자 격투기 선수 반더레이 시우바에서 유래된 사연도 같은 맥락이다.

여자들의 유도나 레슬링, 복싱 경기를 보면서 “저게 무슨 선수냐. 나랑 경기하면 내가 이기겠다”고 쉽게 말하는 남정네들을 흔히 본다. 성호르몬에 의해 힘 차이가 크게 나는 게 사실이다. 여자 유도 국가대표들이 큰 대회를 앞두면 남자 고교 선수들과 스파링하기도 하니까. 그러나 단언컨대, 체급만 맞춰서 경기한다면 함서희를 이길 일반인 남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중화하기 어려울 것만 같았던 여자 격투기가 미국 최대 격투기대회 UFC에서 자리를 잡으며 다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배우로 전향한 지나 카라노를 거쳐 현재 양웅으로 우뚝 선 론다 로우지, 크리스 사이보그의 드림매치 성사 가능성에 미국 팬들이 들떠 있다.

함서희가 UFC에 진출한다면 어떨까.

여자 격투기 분야에도 일가견이 있는 김기태 종합격투기 공도(다이도주쿠 카라테) 한국본부장은 “당대 최강이라는 로우지, 사이보그 등과 견주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미들랭커들을 상대한다면 당장에라도 통할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서희의 기량, 특히 입식격투기 기량은 어느 정도 수준일지 궁금해 김 본부장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김주희(여자복싱 8대기구 통합 챔피언)의 복싱 기량과 견줄 수 있소?” 김 본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함서희는 실력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유명세가 없다. 실력만 놓고 볼 때 그런 비교가 그리 억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함서희는 6일 국내 종합격투기대회 로드FC에 출전한다. UFC 주최사 측이 로드FC 대회를 볼 기회가 있다면 이 경기만 보면 된다. UFC에 진출할 국내 차기 주자 0순위는 함서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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