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 포럼 - 이동근> ‘호주(濠洲)머니’를 ‘복(福)주머니’로 만들자
1970년 4월 1일 포항, 한국철강산업의 태동을 알린 역사적인 단추가 눌렸다.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온 국민의 염원을 담은 포항제철소가 착공된 것이다. 그러나 1년뒤 제철소는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용광로에 들어갈 철광석과 원료탄을 구할 수 없었던 탓이다. 당시 국내 철광석 생산량은 거의 제로였고, 원료 수입도 매우 어려웠다. 국제 신용도는 매우 낮았고, 광산업체를 설득할 자료라곤 공장 부지에 영어로 쓴 큰 표지판 사진이 전부였다. 일본이 종합상사를 통해 원료를 제공해준다고 했지만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했다.

모두가 외면하던 상황에서 손을 내밀어준 곳은 적도 너머 호주 정부였다. 호주는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을 초청해 세계적 원료 공급업체와의 만남을 주선하며 일본과 동일 조건으로 원료를 구매할수 있게 했다. 포항 영일만 신화를 함께한 한국과 호주는 이후에도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양국 교역액은 303억 달러를 넘어섰고, 호주는 우리나라의 제 7위, 우리나라는 호주의 제 4위 교역국이 됐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호주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6·25전쟁 파병을 결정한 우방국으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공통의 안보 이해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호주와의 경제협력 관계가 주춤한 모양새다. 세계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2012년과 2013년 각각 22억3000만달러, 19억달러 줄며 2년 연속 교역액이 감소하는 추세다. 또 2012년 기준 수입액은 229억달러, 수출은 92억달러에 그치며 100억 달러가 넘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호주 무역에 있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면에서 8일 공식 서명된 한ㆍ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은 의미가 크다. 양국 정상은 동북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잇는 GDP 2조7000억달러 규모의 거대 교역시장을 탄생시켰다.

세계 12대 경제대국이자, 1인당 국민소득이 7만달러에 달하는 호주와의 FTA는 그동안의 FTA 중 가장 성공적인 협상으로 평가받는다. FTA 사상 최초로 주력수출품인 자동차, 가전, 기계 등에 대해 관세 즉각 철폐라는 성과를 거뒀고, 철광석, 원유,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 자원도 안정적인 확보가 가능하게 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관철해 국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판도 마련했다. 이로 인해 한국 경제는 무역적자 개선은 물론 향후 10년간 0.14%의 GDP 증가 효과와 16억 달러에 달하는 소비자 후생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40여년 전 철광석을 제공한 호주가 이번에는 자유무역이라는 두툼한 주머니를 우리에게 주었다. 호주머니를 복주머니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기업이 적극 나서야 한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방한을 앞두고 “더욱 자유로워진 무역 시장에서 이윤 창출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들이 정부가 활짝 열어놓은 문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FTA 체결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기업과 국민들이 노력해 ‘호주머니’를 적극 활용, 21세기판 영일만 신화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