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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김학수> 두개의 큰별, 손연재와 김연아
해돋는 광경과 해지는 광경은 모두 장엄하고 아름답다. 동쪽 산봉우리가 진분홍빛 색으로 물들며 불덩어리같은 해가 용솟음치며 쏟아 오를 때, 서쪽 하늘 끝으로 아름다운 석양을 드러내며 장막을 거둘 때, 뜨거운 감동의 물결이 인다. 손연재와 김연아 관계가 그렇다. 손연재가 ‘떠오르는 태양’이라면, 김연아는 ‘지는 태양’이다.

손연재는 지난 7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벌어진 2014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대회에서 총점 71.200점으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을 포함해 세계 규모대회에서 처음으로 4관왕에 올랐다. 한국 리듬체조사에 새로운 역사의 장을 세운 손연재는 한층 성숙해진 연기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고,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였다는 평가다.

손연재가 처음으로 세계 정상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시대가 참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같으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전유물이던 리듬체조에서 한국 선수가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열악한 시설과 환경, 부족한 선수, 팬들의 관심 결여 등으로 손연재 이전의 한국 리듬체조는 세계속에서 ‘아웃사이더’였다. 김연아가 등장하기 이전의 피겨스케이팅처럼 말이다.

손연재의 이번 월드컵 우승은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김연아가 국민적인 아쉬움속에 은퇴를 공식 선언한 뒤 이어진 것이어서 나름대로 큰 의미를 부여할만하다. 국민 모두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며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김연아의 은퇴 후 스포츠팬들의 마음은 허전하고 쓸쓸했다. 국민의 여동생이자 딸로서 김연아의 존재감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이런 속에서 손연재의 낭보는 다시한번 팬들의 가슴을 활짝 열게하는 기폭제가 된 것이 확실하다.

손연재는 그동안 김연아의 후광효과를 누린 선수로 불려졌다. 이렇다할 국제대회 우승 성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예쁘고 아름다운 몸매로 주목을 받으며 김연아의 광고 라이벌로 등장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김연아가 삼성전자 전속모델로 기용되면서, 손연재는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LG전자 전속모델로 나섰던 것이다. 광고 금액과 영향력 등에서 밀린 손연재는 아마도 이런 얘기를 그 누구보다도 듣기 싫었을 것이다.

손연재가 김연아의 명성을 이기는 것은 뼈를 갂는 훈련을 이겨내며 세계 정상에 오르는 길 밖에 없었다. 그 시점이 김연아의 은퇴 직후라는 점이 공교롭다. 김연아가 만 16세때인 2006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보면, 만 20살 때 이뤄낸 그의 세계대회 우승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아예 훈련지를 러시아로 옮겨 맹훈련을 하고 있는 그의 열정과 도전의지로 볼 때, 김연아에 버금가는 성공시대를 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손연재가 넘어야할 산이 결코 만만치는 않다. 이번 리스본 월드컵대회에 유럽의 강호 러시아 선수들의 불참해 진검 승부를 벌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국제 월드컵 대회와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철저한 자기관리와 고도의 기술을 터득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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