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사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앞만 보고 달려갈 때 우리가 놓치는 것 중 꽃 같이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놓치기 쉬우니 주변을 살펴야 한다”며 인용한 고은 시인의 ‘그 꽃’이란 시다.
정 부회장이 지난 8일 대학 강단에 섰다. 이날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인문학 청년인재 양성 프로젝트 ‘지식향연-4월 서막’에서 정 부회장은 그룹 총수 일가로는 이례적으로 이 시대 젊은 청춘들에게 인문학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내보였다.
정 부회장은 이날 경영일선에 나선지 4년째만에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것은 혼란의 시대 청년들에게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든든한 버팀목”인문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 부회장은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천편일률적인 ‘스펙쌓기’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도 드러냈다. 스펙을 넘어선 인문학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 정 부회장의 설명이다. 정 부회장은 “매번 면접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참 많은 지원자들이 자신의 주관적 소신을 말하지 않고 모범답안을 외우고 와서 한결같이 똑같은 대답만 한다는 것이다“며 “사원들이 획일적인 의식구조를 갖고 있다면 난해하고 예측불허인 날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성장할 수 있겠나”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제대로 전하는 인문학적 소양만 더 갖춘다면 좋은 스펙이 더 빛날 텐데’하는 아쉬움을 자주 갖게 된다”고도 했다.
정 부회장은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세상을 다르게 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통찰력을 키우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했다. “‘왜’가 없는 ‘어떻게’에 집중하며 쏠려가던 우리를 회복시켜줄 힘이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이날 자신이 생각하는 인재상에 대해서도 “예전에는 ‘스펙이 높은 사람=우수한 인재’라는 등식이 성립됐으나 지금은 세상이 너무 급변하고 있다”며 “주어진 상황에 대한 하나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답을 만들어가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고 말했다.
‘사람’을 중심으로하는 신세계그룹의 경영이념을 통해 청년들에게 ‘제대로’라는 삶의 지표를 제시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정 부회장은 “너무 피곤하고 지쳐있는 청춘이 안쓰러운데 그 부분에 대해서 사회적 리더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제라도 저 부터라도 ‘열심히’에 집중한 청년들에게 ‘제대로’라는 지표를 제시하고 싶다”고도 했다.
정 부회장은 그러면서 신세계가 갑자기 인문학을 들고 나온 이유에 대해 “경영이념의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며 “비슷비슷한 스펙으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 통찰력을 갖추고 건강한 주관을 가진 차별화된 인재만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 부회장은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스티브 잡스가 자주하는 인용, “미래를 만드는 사람은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다”라며 ‘그랜드 투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인문학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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