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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등 따라잡기 나선 황창규 회장, 아웃소싱으로 ‘슬림 KT’ 만들까
황창규 KT 회장이 SK텔레콤 따라잡기에 나섰다. 과거 반도체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를 20여년 만에 1등으로 만들었던 경험이 KT에서도 통할 지 관심이다.

9일 KT에 따르면 오는 5월부터 현장 영업과 개통, AS, 지사 창구 업무 등을 KT M&S, KTIS, KTCS 및 ITS 7개 법인 등 계열사에 위탁한다. 스마트폰이나 초고속인터넷을 판매하고, 또 사후관리 하는 소비자 업무를 모두 자회사에 아웃소싱하고 KT는 망 구축과 관리, 그리고 전략 수립 등 핵심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이동통신 업계 1위 SK텔레콤과 유사하다. SK텔레콤은 자회사 피에스앤마케팅에 대리점 영업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피에스앤마케팅은 ‘블루골드’라는 브랜드 아래 다시 전국에 2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SK텔레콤의 무선 상품은 물론, SK브로드밴드의 유선 상품, 그리고 최근에는 SK네트웍스로 부터 인수한 애플 전용 제품군까지 판매하고 있다. SK텔레콤이 4000여 명의 직원만으로 1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이 같은 아웃소싱의 덕이였다는 분석이다.

반면 KT의 경우 지금까지 이동통신 사업 일부는 자회사를 통해 위탁 판매했지만, 유선의 경우 본사 인력들이 망 관리는 물론, 영업과 개통, AS까지 전담해왔다. 이번 명예퇴직 및 자회사에 사업 양수도 결정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와 노조 일각에서 “유선 사업군에 구조조정 초점이 맞춰졌다”던가 “부서별, 지역별로 명예퇴직 인원 할당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선 부분의 인력 상당수를 자회사 영업 부분으로 내려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들이 영업 현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KT의 유선 사업 매출은 2010년 4조3458억원을 정점으로 2011년 3조8000억원, 2012년 3조3700여 억원, 지난해 2조9800여 억원 등 매년 4000억 정도가 줄어들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및 집전화의 사양화, 그리고 후발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더해진 결과다. 반면 이 분야에 소속된 KT의 인력은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무선보다도 많은 2만 명 수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매년 경쟁사 대비 1조5000억 원 이상 더 많이 인건비가 소요되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가지지 못했다”며 구조조정 실패의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던 전임 회장의 말을 신임 황창규 회장이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한 셈이다. 황 회장 취임 직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약속을 받았음을 강조했던 노조가 “회사가 없으면 직원도 없다는 각오로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고 말을 바꾼 것도 비대칭적인 KT의 사업, 인력구조 개편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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