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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리빙-스페셜] 심심한 찌개…입은 울어도, 몸은 웃었다
<1부> 바른 먹거리 ⑤본지 기자 저염 · 저당식 1주일 체험해보니
저염된장·간장·드레싱 없는 샐러드…
하루 소금 섭취량 5g으로 제한
디저트도 아메리카노가 고작

몸 덜붓고 허리둘레도 줄고
짧은시간에도 몸의 변화 느껴
체험후 맛본 떡볶이 “아, 짜다”

‘심심하다’. 심심하게 사는 것은 별로지만 심심하게 먹는 것은 최고의 웰빙습관이다. 한자 암(癌)에 입 구(口)자가 세 개나 들어있는 것처럼 아무리 필요한 음식이라도 많이 먹는 것이 문제다. 소금과 설탕은 그 대표주자.

헤럴드경제는 바른먹거리 캠페인 기획의 일환으로 본지 기자가 직접 소금과 설탕을 뺀 일주일을 체험했다. 감칠맛이 도는 짭쪼롬한 찌개는 식탁 위에서 사라졌고, 스트레스마저 날려줄 것 같은 달콤한 간식거리도 눈 앞에서 멀리 치워버렸다. 입은 심심했지만 몸은 즐거워진 한 주였다. 

저염ㆍ저당 식단 실천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양념 종류부터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된장 1큰술에는 603mg, 양조간장 1작은술에는 255mg의 나트륨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서 판매사원이 저염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저염된장 찾아 삼만리=저염ㆍ저당 식단을 위한 첫걸음은 장보기다. 기본적인 양념류인 된장, 간장 등부터 바꾸고 일주일간의 건강한 식탁을 준비하기 위해 힘차게 집 근처 대형마트로 출발했다. 저염식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 목표량 2000mg를 기준으로, 하루 소금섭취량을 5g 정도로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장 코너에서 ‘저염’이라고 적힌 상품은 아무리 봐도 찾을 수 없었다. 혹시나 건강을 위한 저염식품을 따로 모아두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에 “된장은 저기 말고 또 있나요? 저염된장 이런거…” 라고 매장직원에게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였다. 저염식품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다보니 진열대에 올라가는 영광조차 힘들었던 모양이다.


결국 집에 오는 길에 위치한 백화점에 들러 저염간장을 하나 구매하고, 된장은 아들이 먹는 저염 아기된장을 슬쩍 빌리기로 했다.

저당은 저염에 비하면 쉬운 편이었다. 단 음식은 주식보다는 디저트류가 많기 때문에 조절이 가능하다. 이날도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생과일쥬스와 간식거리로 좋은 담백한 뻥튀기 과자를 구매해 집으로 향했다.

체험을 시작한 첫날, 토요일 저녁 식탁은 저염된장으로 직접 끓인 된장찌개였다. 물론 소금을 최대한 적게 먹어야하는 기자는 저염 된장찌개라도 한스푼 맛을 보는데 만족. 짠맛이 줄어들다보니 봄나물 냉이를 넣은 된장찌개는 입안에 감도는 향이 더욱 좋았다. 깔끔한 맛이 좋고, 식후에 속도 더 편한 것 같다는 가족들의 호평에 체험 첫날이 무사히 지나갔다.

▶도시락이 그리워지다=집을 벗어나니 이번 체험은 당장 벽에 부딪혔다. 주말에는 식단 조절이 그나마 쉽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밖에 나와서 저염ㆍ저당을 실천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외부 사람들과 약속이 많은 직업 특성상 사무실에서 혼자 건강한 도시락을 먹는 방법도 불가능했다.

일단 출근해서 오전에 믹스커피 한잔을 마시는 습관을 버렸다. 때마침 찾아온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건강법도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라고 하니 겸사겸사 물만 들이켰다. 좀 피곤하다 싶으면 소위 ‘당땡긴다’는 말로 달콤한 디저트류를 찾던 습관도 잠시 안녕이다. 유일하게 주어진 후식은 시럽 한방울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 한 잔이었다. 시럽과 설탕에 함유된 평균 당 함량은 시럽 1번(10g 기준)에 6g, 각설탕 2조각에 2.5g, 스틱설탕 1봉에 5g 정도다.

점심은 주로 한식 위주의 메뉴를 선택했다. 한그릇 음식은 소금이나 설탕을 스스로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에 피했다. 평소 국이나 찌개류를 좋아하지만 국물음식을 멀리하고 최대한 밍밍한 맛의 나물 반찬과 샐러드 위주로 먹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 찌개, 면류에서 얻는 나트륨 섭취량이 전체 나트륨 섭취의 3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또 샐러드 드레싱도 단 것은 피하고, 상큼한 오리엔탈 드레싱도 간장이 들어간 것을 생각해 최대한 적게 뿌렸다.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증하는 나트륨을 적게 쓰는 식당을 찾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식당 수가 많지 않아 제일 가까운 서울 종로구의 식당도 30분 넘게 가야하는 거리였다. 저염 식당을 찾아 다니며 시간을 허비하기엔 바쁜 일과였다.

부서 회의가 있는 목요일 회식 자리는 체험 기간 중에 난코스였다. 삼겹살에 소금이 들어간 기름장과 쌈장을 찍어먹는 대신 구운마늘 정도로만 만족해야 했다. 삼겹살에 간을 안해서 먹다보니 부족한 맛을 채우기 위해 야채 섭취량이 훨씬 늘어나는 건강식단이 저절로 완성됐다.

▶소금, 설탕 한스푼만 덜어내도 몸은 웃는다=일주일간 소금과 설탕 줄이기에 나선 결과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확실하게 왔다. 특히 평소 다리가 잘 붓는 체질이었는데 덜 짜게 먹으니 붓는 느낌이 훨씬 덜했다. 소금의 나트륨은 체내 삼투압을 조절해 신체평형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영양소 흡수와 수송에도 꼭 필요한 성분이다. 그러나 소량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과하게 섭취하면 고혈압, 만성신부전증, 골다공증, 심장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나트륨의 일일섭취량을 3000mg로 낮출 경우 사회적 편익은 13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또 설탕이 안 들어간 군것질거리를 찾다보니 먹을 수 있는게 제한적이고 간식섭취가 줄어들다보니 살도 조금 빠졌다. 딱 맞던 바지의 허리부분에 손가락 두개가 들어갈 여유가 생겼다. 좋아하는 바닐라라떼 한잔만 안 먹어도 당 함량 15g 정도를 손쉽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몸의 변화를 느끼면서 건강식단의 필요성을 체감하는데는 일주일도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입맛을 쉽게 바꾸기는 힘든 일.

30년 넘게 좋아했던 음식들을 못 먹게되니 일주일의 시간 동안 먹고싶은 음식 리스트도 자꾸만 늘어갔다. 몸에 좋은 음식과 먹고 싶은 음식은 여전히 따로였다.

마침내 일주일간의 체험을 마친 토요일, 퇴근길 길목에 있는 단골 떡볶이집으로 달려갔다. 매콤달콤하고 쫀득한 떡복이, 소금에 콕콕 찍어먹는 순대의 유혹을 퇴근길에 참아낸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러나 그간 먹고 싶었던 떡볶이를 입에 넣는 순간,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맛있다”가 아닌 “아, 짜다”였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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