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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셸 위, 그녀가 달라졌다
정교해진 아이언샷에 ‘열정 · 책임감 · 자신감’ 성숙해진 멘탈…천재소녀 부활에 美 골프계 들썩
‘천재소녀’의 부활에 미국 골프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7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렉시 톰슨(19)과 미셸 위(25ㆍ이상 미국)가 챔피언조에서 맞대결하자 그간 한국 선수들의 선전에 주눅들었던 미국 언론은 노골적으로 “LPGA를 위한 꿈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이제 미셸 위를 응원할 때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비록 우승컵은 톰슨에게 돌아갔지만 언론의 조명은 준우승자 미셸 위에게 더 집중됐다. ‘1000만 달러 소녀’ ‘여자 타이거 우즈’가 화려한 부활을 알렸기 때문이다.

미셸 위가 살아났다. 올해 치른 6개 대회서 3번이나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나쁜 성적이 16위(KIA클래식)다. 지난해 25개 대회에서 톱10은 4회에 그치고 컷탈락을 무려 7번이나 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이에 힘입어 세계랭킹도 껑충 뛰어올랐다. 1년 전 88위였던 랭킹이 11일 현재 24위다. 기록을 살펴보면 그의 부활이 더 와닿는다. 올시즌 그린 적중률(81%)과 평균타수(69.750타)가 모두 1위다. 지난 시즌 그린 적중률은 32위(69%), 평균타수는 36위(71.711타)로 존재감이 없었다. ‘제2의 전성기’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과연 미셸 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전문가들은 그의 스윙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의 오랜 스윙코치인 데이비드 레드베터는 골프위크와 인터뷰에서 “우린 이제 미셸 위의 스윙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코치하지 않는다”며 그가 안정된 스윙을 지속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박원 J골프 해설위원도 “스윙 자체에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아이언샷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일각에선 90도로 허리를 굽힌 퍼팅자세에 적응이 됐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다. 1~1.5m의 짧은 퍼팅을 모두 놓친다”며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핀에 더 가까이 붙이면서 쉬운 버디 기회를 많이 잡게 됐다”고 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건 스윙보다는 멘탈에서의 변화다. 레드베터는 “미셸 위가 지난해 솔하임컵 이후 달라졌다. 골프에 대해 잃어버렸던 ‘열정’을 되찾고 영감을 얻은 것같다”며 상승 요인을 분석했다. 지난해 8월 열린 솔하임컵은 유럽연합팀과 미국대표팀이 2년에 한 번씩 펼치는 단체전이다. 미셸 위는 “솔하임컵을 치르면서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도 더 열심히 하고 싶고 더 갈망하게 만드는 내 안의 뭔가를 느꼈다”고 했다.

또다른 하나는 ‘어른’이 된 미셸 위다. 미셸 위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내 게임에 오너십(주인의식)을 갖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느낌대로 플레이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올해 첫 대회인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 때 부모 없이 혼자 대회장에 나왔다. 부모와 동행하지 않은 대회는 이 때가 처음이었다. 이와 동시에 게임에 대한 책임감, 자신감, 감사함을 새롭게 갖게 됐다.

미셸 위는 “예전같으면 좋은 성적을 낸 뒤에도 ‘뭐, 괜찮네’ 하고 말았을텐데 지금은 감사한 마음이 앞선다. 내가 이런 기회를 잡게 된 데 대해 정말 감사하다”며 “그러는 한편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일관성을 갖자는 게 올해 목표였는데 잘 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 게임이 즐겁고 다음 대회가 기다려진다. 내 목표에 조금씩 근접해간다는 좋은 징조인 것같다”고 행복해 했다.

화려한 조명과 숱한 시련 속에 비로소 ‘어른’이 된 ‘천재소녀’. 행복한 골퍼가 되는 법에 눈을 뜬 그의 발걸음에 골프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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