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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문술 - 산업부> 담배 소송을 바라보는 두 가지 견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537억원 규모의 담배 소송을 지난 14일 제기했다. 건강보험료 징수와 급여 관리라는 국가업무를 대행하는 공공기관이 처음으로 소송 당사자로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공교롭게도 지난 10일 대법원은 흡연자 30명이 15년 전에 낸 담배소송(손배소)에 대한 최종심에서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모양새가 다르다. 소송 주체가 공공기관이고,특히 건보공단은 흡연의 폐해에 대한 방대한 빅데이터 분석자료를 갖고 있다. 법원이 금과옥조로 삼는 인과관계에 대한 자신감도 상당하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소송과정에서 소송가액을 지금보다 3~4배 정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건보공단은 이미 지난해 대학과 연구기관에 용역을 줘 흡연과 폐암, 조기 사망에 대한 인과 관계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입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의 암 발생 위험도는 비흡연자에 비해 암 종류별로 다르지만 최대 6.5배나 높게 나타났다.

흡연으로 유발된 질환을 치료하느라 건보공단이 지출한 보험진료비는 2011년 기준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아끼면 추가 재정투입 없이도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확대에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런데 앞서 개인이 낸 소송들에 대해 법원은 하나같이 담배회사의 위법 행위와 흡연과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시하고 있다. 흡연자에 대한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책임이 먼저 성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법원은 흡연이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부연했다. 다만 흡연과 폐암 또는 후두암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고등법원 판결 내용이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인용됐다는 점에선 의미가 적지 않다.

자유의지 부분만 빼고 보면 건보공단의 이번 소송 역시 불법행위의 책임성 여부에 의해 가려질 공산이 크다. 이같은 모순된 문제는 세수 확대와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두가지 정책목표가 별개로 추진되는 데서 오는 불합리에 기인한다.

정책목표가 다른 것처럼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에 대한 국민의 반응도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극명히 갈린다. 흡연권 쪽에 있는 이들은 대법원 판결에서 이미 졌는데 건보공단이 승산없는 싸움을 걸어 또다시 혈세를 낭비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법리상 최고 법원의 판결로 소송의 의미를 상실해 본안심리 없이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빅데이터 분석자료를 갖고 있다 해도 건보공단은 수 천명의 환자들에 대한 개인병력을 조사해 폐암 발병이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한계도 있다.

비흡연자와 시민사회는 이번 담배소송이 입증자료를 갖춘 만큼 금연과 건강증진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의로 간단하다. 법률의 기술적 절차만 빼고 보면 ‘무엇이 더 국민의 편익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느냐’일 뿐이다. 

조문술 산업부 차장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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