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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대한민국, 기본으로 돌아가자
‘세월호’ 침몰사고를 지켜보는 심경이 참담하다. 대한민국과 그 구성원들이 이토록 무기력하다고 느껴 본 적은 없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채 피지도 못한 우리의 아들 딸과 조카 동생이 아닌가. 그들이 차가운 바닷속으로 잠겨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엄습하는 자괴감에 고개를 들 수 없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 할 일이 아니다. 최소한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그래서 대형 참사 때마다 안전불감증에 인재(人災)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돌아서면 금세 잊어버리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돌이켜 보면 이번 사건도 기본적인 규칙들을 가벼이 여긴데서 비롯됐다. 출발부터 그랬다. 150명, 4개반 이상의 단체 수학여행은 자제하라는 교육당국의 지침부터 어겼다. 짙은 안개 등 사나운 일기에 꼭 출항을 강행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설령 배를 띄웠다면 정해진 항로를 따라 안전하게 운항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일터. 그러나 고작 도착 시간 30분 앞당기려고 항로를 이탈했고, 결국 영원히 도착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침몰 상황에서도 기본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선장과 승무원이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하는 숭고하고 장엄한 장면은 영화속 얘기일 뿐이었다. ‘가만 있으라’는 안내 방송 지시에 착실히 따랐던 학생들은 탈출 시도조차 못했다. 그 틈에 제일 먼저 구조 보트를 오른 건 다름아닌 선장과 승무원이었다. 책임감도 사명감도 실종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정부의 사고처리는 한마디로 오합지졸이었다. 사고가 난 게 아침인데 날이 다 저물도록 정확한 승선인원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육해공군과 해양경찰이 총 출동했으나 달랑 맨 몸 뿐, 늘 그랬듯 첨단 구조 장비들는 ‘사고해역으로 이동 중’이었다. 1분 1초가 아쉬운 판에 구조용 해상크레인은 사용료 문제로 제 때 출발 못했다고 한다. 더 할 말이 없다. 이게 대한민국의 민낯이고 현 주소다.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제 분명해졌다. 기본이 튼튼한 사회 시스템 구축이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게 어디 해난 사고 뿐인가. 각종 부정과 비리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일탈들이 기본을 망각한 탓이다. 조금 시간이 더 걸리고, 더 돌아가더라도 상식과 원칙이 작동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도 따지고 보면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닌가.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목사이자 작가인 로버트 풀검의 말처럼 우리가 지켜야 할 모든 기본들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다만 실천이 문제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기에 어쩌면 우리는 실천의 중요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를 다시 일깨우자는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쯤 프로야구 막내 구단 NC다이노스는 8전 8패 승률 0%라는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 때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꼭 한마디만 주문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그리고 올해 4월, NC다이노스 리그 최상위권을 질주하고 있다. 기본의 힘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초심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게 세월호 희생자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준엄한 메시지다.

정재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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