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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피해자 가족 두 번 울리는 한심한 작태들
온 국민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에서 추가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 수는 점차 늘어 안타까움만 더하고 있다. 이제 면허를 갖 딴 1년차 3등 항해사 혼자 그 큰 배의 키를 잡았고, 선장은 제일 먼저 빠져나와 젖은 돈을 말렸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에 실종자 가족들은 가슴이 무너진다. 1분 1초가 아쉽고,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피해자와 가족들을 두 번 울리는 일들이 잇달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한 때 잠잠하던 ‘SNS 괴담’이 다시 횡행하고 있다. 자극적인 표현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없는 음모론까지 춤을 춘다. 캡처된 사진에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선박 침몰 현재 실상’이라고 써 있다. 모두 허위다. 김포의 한 초등학생은 자신을 생존자라 속이고 “배 안 남자애와 여자애들이 울고 있다”는 허위문자를 유포했다가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공식 발표되지 않은 사망자가 수십명은 더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까지 나돌아 구조 현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피해자 가족은 물론 국민들 가슴에도 피멍이 차오르는 이 때 스미싱은 또 뭔가. 사고를 악용해 문자사기를 치는 이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해당 스미싱 문자에는 ‘여객선(세월호) 침몰사고 구조현황 동영상’이라는 글과 함께 인터넷주소가 적혀있다. 이걸 클릭하면 악성 앱을 통해 통화기록과 문자, 기기정보는 물론 금융정보까지 줄줄이 빠져 나간다고 한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구호를 빙자한 사기모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구조 독려를 빙자한 정치인들의 ‘사진박기’ 현장 방문은 피해가족들을 더 몸서리치게 한다. 사고 직후부터 여야 대표를 비롯해 여태 50명이 넘는 국회의원과 6·4지방선거 출마자들이 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는 이들의 방문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방해 그 자체다. 오죽하면 “산소통 매고 구조하러 갈 거 아니면 가지말라”고 노회찬 전 의원이 일갈했을까. 공감이 간다. 실종자 가족들도 “지금 필요한 건 잠수부”라며 울분을 토했다.

일부 언론도 이래서는 안된다. 가까스로 살아난 학생에게 친구의 죽음을 아느냐며 잔인한 질문을 던진 것도 모자라 혼자 남은 6살 아이에게 아빠 엄마 보고싶냐고 묻는 수준 이하의 재난방송이 여과없이 전파를 타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재난 전문가라는 이들이 대목을 맞았다는 듯 히죽히죽 웃으며 방송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사고가 터진 당일 신문에 실린 피해 보상금 보도는 저급 저널리즘의 극치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숨이 멎고 혈관이 막혀가는 데 이 무슨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생존자를 찾아 구조하는 게 급하다. 당사자가 아니라고 구경꾼일 수는 없다. 직접 돕지 못한다면 자숙하며 차분히 결과를 지켜보자. 그게 마지막 기적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놓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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