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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태극기가 힘차게 휘날리고, 동해에서 붉은 해가 떠오른다. 금수강산이 펼쳐지고,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현장이 펼쳐진다. 김연아, 박태환, 2002년 월드컵 대표팀 그리고 환호가 이어진다. 새벽 5시경 세월호 소식을 전하는 긴박한 보도 중간, TV화면에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또 다시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와 분노, 정부의 우왕좌왕 대응에 대한 질책, 시간이 흐를수록 구조에 대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가는 리포트가 쉼 없이 이어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애국가 배경화면에 펼쳐진 금수강산에 행복한 나라인가? 아니면 뒤이어진 울분과 분노, 탄식이 뒤섞인 뉴스가 상징하 듯 ‘3류 국가’인가?

이 글을 쓰는 21일 아침, CNN과 BBC 홈페이지에는 세월호 관련 뉴스들이 톱을 장식하고 있다. CNN은 구조대원들이 희생자 시신을 옮기는 사진과 함께, BBC는 실종자 수색에 나선 사진을 게재하면서 교신녹취록을 통해 패닉에 빠져 우유부단했던 승무원, 기울어져가는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승객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전통을 깨고” 승객보다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을 보도하고 있다. 외신을 종합해보면 이시점에서 한국은 ‘3류 국가’다.

바깥 사람이 아닌, 안에서도 봐도 3류다. 기념사진을 남겨려 했던 안정행정부 고위관료는 실종자 가족들의 비탄을 아예 몰랐던 것인가? 송영철 감사관은 21일 아침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라 국민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안전행정부의 2차관은 승선자와 실종자 통계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오히려 국민들은 불안케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초 행정안정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려 하자 여당안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국민행복은 곧 안전’이란 국정철학을 반영한다는 의지를 앞세워 부처 이름을 결국 바꿨다. 주무부서인 안행부의 요즘 행태를 보면 명칭 변경시 ‘행복하지 않다’란 느낌을 준다는 우려가 기우가 아니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중략)/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시인 황지우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란 시를 통해 애국가의 아름다운 모습과 새들마저 세상을 떠나는 1980년대 암울한 세상을 그렸다.

지난 1999년 ‘씨랜드’ 화재로 당시 6살 아들을 이 사고로 잃었던 필드하키 국가대표 선수였던 어머니는 정부의 무성의와 무책임에 실망, 배신감을 느낀다며 나라에서 받은 훈장을 반납하고, 아이들을 이 곳에 키울수 없다며 이민을 가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듬해 온 가족과 함께 한국을 등졌다.

‘두번 다시는’이라고 외친 게 언제였나? 새벽 바닷바람속에 먼 바다를 지켜보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기념사진이나 남겨려했던 관료의 행태에 분노가 밀려온다. 어린 아들을 잃었던 어머니처럼, 을숙도의 새처럼, 한국을 떠나고 싶은 게 요즘 국민들의 마음일 지 모른다. 

전창협 디지털콘텐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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