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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범정부 차원 재난대책 상설기구 필요하다
있는 매뉴얼은 무시하고, 위기대응조직은 없애 버리고, 툭하면 위원회 만들어 땜방 처리하고, 위기관리 부처에 정작 리스크 관리자는 없고, 대책은 매번 뒷북이고…. 대한민국 재난 시스템의 현주소다.

뒷북 전시 행정은 이제 대한민국 재난사의 한 전형이 되다시피 했다. 구제역과 AI(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에 퍼진 후에야 원인도 못밝힌 채 우선 방역부터 하자며 뒤늦게 호들갑을 떨었다. 뾰족한 방법도 없이 살처분하느라 인력과 시간을 낭비해 농축산가 피해를 키운 게 한두번이 아니다. 폭설 때 마다 대비책을 주문했건만 경주 리조트 참사를 비켜가지 못했다. 국보 1호 숭례문 소실 때는 복구 관리가 안돼 고가 목재 빼돌리기까지 나왔다. SNS 대화내용 얻겠다고 민간기업 카카오를 겁박해 공공연하게 ‘압수수색’하는 게 우리 정부의 수준이다.

2012년 11월 정부는 기술직군에 ‘방재안전직’을 신설하는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4월에는 안전행정부가 2017년까지 민관 공동의 국가방재자원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보고했다. 초기대응을 강조해 골든 타임제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부 전문가 양성은 흐지부지고 통합관리 시스템도 요원하다.

세월호 방재 시스템에는 ‘수습’만 있지 ‘대책’이 없다. 해양수산부 교육부 해양경찰청 모두 수습본부라는 이름 뿐이다. 수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어설프게 꾸려졌지만 당연히 현장에 있어야 할 조직이 서울에서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부처간 협조는 고사하고 현장 지휘도 될 리가 없다. 더 이상 이런 식은 안된다. 길게 보고 상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노무현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라는 상설기구가 있었다. 군은 물론 주요부처와 경찰, 소방본부, 한전(원자력) 등이 망라된 국가위기대응 시스템 총괄 부서였다. 위기 상황 발생 시 대처 요령, 초동 단계 지침, 위기 발령 체계 전파, 대국민 홍보 방안 등 종합적인 위기관리 매뉴얼도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두 폐기됐다. 이념이 다른 전 정권이 설치했다는 게 그 이유다. 국가 재난에도 이념과 정치가 끼어든 것이다.

오합지졸의 세월호 사태 수습도 상시적인 리스크 컨트롤 타워 부재의 결과다. 다행히 정부가 범 국가 차원의 재난청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국회도 관련 입법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번 만은 재난과 위기관리 상황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제대로 된 조직이 나오길 기대한다. 시스템이 아닌, 소수의 땀과 희생으로 만들어지는 위기대응은 선의의 희생자만 더 낼 뿐이다.

새 조직에서 다뤄야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재발방지 대책이다. 사고 책임자에 대한 최고 수준의 징벌조항 못지 않게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정신적 재난’에 대한 치유 방안도 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트라우마가 주는 교훈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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