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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의혹 투성이 유 회장 일가, 끝까지 책임 물어야
청해진해운의 실제 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탈법 경영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정경유착과 독점, 방만한 가족경영, 종교단체와의 경계없는 자금거래 의혹까지 그 왜곡된 민낯이 한 꺼풀 씩 벗겨지고 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다. 그야말로 비리와 탈법 백화점이 따로 없다. 인천-제주 항로를 20년간 독점해 온 청해진해운은 해양수산부 면허를 받을 때부터 특혜의 냄새가 짙다. 선박 한 척 제대로 갖추지 못했는데도 운항 허가 횟수는 되레 늘어났다. 1997년 세모그룹 부도로 20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지만 불과 2년 만인 1999년에 회사 이름만 바꿔치기한 뒤 사세를 확 키웠다. 의혹이 이는 건 당연하다. 누가 뒤를 단단히 봐주었거나, 재산을 빼돌려 탈법 축재를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인천지검 특별조사팀은 일가 측근 등의 비자금 의심 계좌 40여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퍼컴퍼니인 한 컨설팅 회사를 통해 계열사로부터 부당한 자금지원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여기에 프랑스와 미국, 제주도 등지에서 땅 투기로 챙긴 뒷 돈을 정치권 등에 로비자금으로 쓴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경영과 종교의 분리도 되지 않았다. 관계사를 통해 일명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와 금전 거래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과거 신도 32명의 집단자살로 충격을 준 오대양 사건을 연상케 하는 살해위협과 집단구타 의혹까지 사고 있다.

안전이 생명인 여객선사가 안전비용 지출에는 인색했던 점은 용납키 어렵다. 청해진해운의 지난해 선원 연수비는 달랑 55만원이었다. 매뉴얼이 있어도 그걸 훈련해본 적이 없으니 사고가 나도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대주주 배당은 꼭 챙겼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이 회사 최대주주인 천해지는 유 전 회장과 두 아들이 주인인 지주사 아이원아이홀딩스에 17억원을 배당했다.

무엇보다 참기 힘든 건 그들의 모럴 헤저드다. 침몰 사고가 나자 전문경영인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곤 뒤에 숨었다. 둘째 아들은 출국금지 이전에 벌써 해외로 나가 버렸다. 기업윤리의식이라곤 눈 씻고 봐도 없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화물칸과 객실을 멋대로 늘리면서 정작 승선직원 수는 줄였다. 조금의 손해도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무리한 운항으로 이어졌다. 고객 보다는 회사, 대주주 일가의 이익을 더 우선한 경영이 대참사를 불러온 셈이다.

법적으로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에 불과한 유 전 회장 일가에 참사의 직접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사당국이 드러난 혐의만 철저히 수사한다면 상황은 다르다. 축재 과정에서의 탈법과 불법, 해외자금 도피 여부까지 꼼꼼하게 파헤쳐야 한다. 유 전 회장 일가 역시 이번 사고에 무한책임을 진다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사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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