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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난 컨트롤타워 섣불리 결정할 때 아니다
“내 새끼 이지만 대통령의 자식이기도 합니다”, “어느 나라 경찰에 우리 아기들 살려달라 해야 합니까”, “우리나라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안되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안산 분향소 조문 현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절규를 들어야 했다. 국민 안전과 행복을 역대 어느 정부보다 소리높여 외쳐 왔던 박 대통령이기에 그 참담한 심정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유가족들의 냉담한 반응은 당연하다. 세월호 침몰 이후 정부의 구조작업을 처음부터 지켜봤기 때문이다. 민간, 아니 문외한 보다 못한 정부의 사고 대처 능력에 이들은 울분을 토한다. 세월호 선체 첫 진입과 선체 시신 첫 수습은 민간 잠수사들의 성과였다. 더욱이 정부는 실종자 가족들의 강력한 요구 뒤에야 움직였다. 야간 수색에 집어등(集魚燈)을 활용하기 위해 오징어 채낚이 어선들을 동원한 것도, 시신 유실을 막기 위해 저인망 어선을 투입한 것도, 잠수요원들이 동시에 수중수색을 할 수 있는 바지선을 설치한 것도 가족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울부짖는 유족들 앞에서 “관(官)피아, 철밥통으로 상징되는 관료사회의 적폐를 확실히 도려내고 재난 안전의 컨트롤 타워로 국무총리실이 관장하는 국가안전처(가칭)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다시는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에게는 당장 와닿지 않는 말이다. 아직 1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찾지못한 상황이다. 끝까지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진정성부터 보였어야 했다.

박 대통령이 다녀간 뒤 유가족대책위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의 진상규명과 적극적인 구조 활동 등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유가족대책위의 지적처럼 박 대통령이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국민 앞에 덜컥 내놓은 것은 정확한 진단이 나오기 전에 처방전부터 들이미는 격이다. 미국은 9·11 테러 후 초당적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20개월 동안 모든 사실관계와 정황, 원인, 대책을 포괄하는 종합보고서를 만들었다. 미국 정부가 마련한 각종 사후대책도 이 위원회에서 내놓은 41가지 권고사항에 기초한 것이었다. 지금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번 사고의 근인과 원인, 시간대별 조처의 문제점, 부처간 혼선의 원인, 현장 전문가 부재 등을 광범위하면서도 꼼꼼하게 진단하는 일이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꾼다고 안전이 강화되지 않듯 국가안전처를 만든다고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안전처의 신설을 국무총리실 산하로 못 박을 게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과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장이 아니라 책상머리 행정에 길들여진 관료가 내놓는 국면전환용 대책을 국민들은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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