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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아이폰의 힘…내우외환에 힘든 KT도 벌떡?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KT가 지난 일요일부터 단독 영업에 나섰습니다. 8000명이 넘는 직원들을 2~3억원의 명예퇴직금을 쥐어주며 떠나보내고, 또 ‘전화국’으로 더 친숙한 일선 조직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와중에 시작된 단독영업입니다.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에 시작된 단독영업이다보니 경쟁사들의 견제도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 결과는 경쟁사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3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집계한 번호이동 현황을 보면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KT로 통신사를 옮긴 가입자는 4만1857명에 달했습니다. 신규 가입자까지 포함하면 불과 3영업일만에 5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앞서 단독영업에 나섰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실적과 대조되는 숫자입니다. 지난 1, 2월 강도높은 상호 비방전 속에 보조금 전쟁을 주도했던 두 회사는 단독영업 기간동안 각각 하루평균 6200여 명과 8499명을 끌어모았습니다. 근데 KT는 일요일 포함 하루평균 1만 명을 번호이동으로만 유치했습니다.

이런 KT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반 승승장구는 ‘아이폰’의 위력이라는 분석입니다. KT는 단독영업 전략으로 출고가를 ‘확’ 낮춘 스마트폰을 준비했습니다. 그 대상으로는 당연히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팬택의 출시 1년 정도 된 ‘나름 최신형’ 스마트폰이였습니다.

그러나 KT의 이런 전략은 제조사들의 저항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KT 단독영업 기간에 출고가를 낮추기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제조사들의 입장이 강한 가격 저항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결국 KT가 눈을 돌린 것은 ‘재고 창고’였습니다. 출시된지 2~3년이 지나 아무도 찾지 않던 아이폰4, 아이폰3GS를 발견한 것이지요. KT는 이들 구형 아이폰의 출고가를 27만원 아래로 낮추고 ‘공짜폰’으로 판매에 나섰습니다.

경쟁사들은 이런 KT의 공짜 구형 스마트폰 전략에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습니다. 아이폰5S와 5C가 불과 몇달 전까지 10만원 가격에 팔렸고, 또 아이폰6 출시가 오늘 내일 하는 와중에 “이걸 누가 사겠냐”는 시각이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경쟁사들의 예상을 보기좋게 비웃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공짜 아이폰4를 사기 위한 줄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미처 예약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사람들은 아이폰3GS로까지 눈을 돌렸습니다.

네티즌들은 “의무가입 석달동안 들어가는 사용료를 감안해도 아아팟(애플의 MP3 플레이어) 가격보다도 더 싼 셈”이라며 만족했습니다. 이들에게 ‘리매뉴팩쳐 제품’, 즉 KT가 고장나거나 반품 들어온 아이폰을 수거, 고쳐 파는 제품이라는 것 따위는 애시당초 문제가 아니였습니다. 산지 하루도 안되 고장나도 수리나 교환 대신 중고 단말기로 교체해주는 ‘리퍼’ 시스템에 이미 익숙해진 아이폰 사용자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아이폰의 KT 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9년 아이폰3GS는 KTF 합병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어수선했던 KT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였습니다. 당시 아이폰3GS는 100일 만에 KT에게 40만명의 새 고객을 선물하며 ‘단독출시’에 대한 보답을 한 바 있습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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