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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토록 괴기스럽고 아름다운, 땡땡이
-환각, 망각 그리고 치유…쿠사마 야요이展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이토록 괴기스럽고 아름다운 ‘땡땡이’가 있을까.

사방에 흩뿌려진 땡땡이들이 곧 육체를 뒤덮고 영혼마저 잠식할 것 같다. 현기증을 넘어 정신착란을 일으킬 듯 하다가 그 아득함이 어느새 위로와 치유로 다가온다.

쿠사마 야오이(Kusama Yayoiㆍ85ㆍ일본)라는 이름은 몰라도 이 땡땡이들만큼은 이미 유명하다. 2012년 프랑스 명품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과 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크 제이콥스가 콜라보레이션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일명 ‘땡땡이 그림’. 쿠사마 야요이의 60년 작품세계가 총망라 된 전시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다.

지난해 대구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어 개관 2년만에 ‘대박’을 터뜨렸던 쿠사마의 작품들을 서울로 옮겨온 것. ‘내가 꿨던 꿈(A Dream I Dreamed)’라는 제목의 이 전시에서는 쿠사마의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총 120여점의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Infinity Mirrored Room

열 살 무렵부터 정신착란을 앓았던 쿠사마는 28세때 뉴욕으로 건너가 페인팅, 반전시위 등 강도높은 행위 예술을 펼쳤다. 60대 중반이 돼서야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 대표작가로 이름을 알린 쿠사마는 20~3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병에 시달렸다.

“예술가가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벽면을 타고 끊임없이 증식해가는 하얀 좁쌀 같은 것들을 벽에서 끄집어내어 스케치북에 옮겨 확인하고 싶었다.”

자서전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영감의 원천이 오랫동안 앓아온 정신병이었으며, 예술은 그것을 치유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밝혀온 것처럼, 쿠사마의 작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환각과 망각, 그리고 상처의 치유라는 감정의 흐름을 동일하게 체험하도록 만든다. 

Pumpkin, Pumpkin, Great Gigantic Pumpkin

물방울 무늬가 가득한 호박, 튤립은 그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해 온 ‘그로테스크’한 요소들이 그나마 많이 줄어든 최근 작품들. 쿠사마의 ‘땡땡이’가 절정의 표현력을 보여주는 것은 설치작품 ‘무한 거울 방(Infinity Mirrored Room)’이다. 거울과 다양한 색의 전구 그리고 물로 구성된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 전구가 빛을 발하면서 내는 도트 무늬가 물과 거울을 통과하며 무한히 반복되고 증식된다. 그 환영앞에서 공포심과 경이로움이 함께 몰려온다. 닫힌 공간에서 어느새 ‘나’라는 존재는 소멸되고 그 지점에서 관객은 안식을 얻는다. 그 영원한 안식은 어쩌면 ‘죽음’의 이미지와도 맞닿아 있을 수도 있겠다.

태승진 예술의전당 예술본부장은 “한 작가의 작품을 1층에서 3층에 걸쳐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그 의미를 전하면서 “개인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한 쿠사마의 작품들이 상처받은 우리 국민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미술관 전시부터 동남아 투어전을 총괄했던 김선희 대구미술관 관장은 “쿠사마의 작품들이 공간에 따라 이렇게 색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면서 “특히 3000개의 실버볼로 만든 ‘나르시스 가든(Narcissus Garden)’과 같은 옥외 설치 작품이 바람에 따라 움직이며 유동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6월 15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입장료는 성인 15,000원, 청소년 10,000원.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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