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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문장으로 읽는 고려시대의 문화와 삶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조선과는 달리 고려의 문화와 삶은 여전히 안개에 싸여 있다. 이는 고려를 다룬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고려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책은 조선 초기에 편찬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뿐이며, 고려 전기의 개인 문집은 대부분 소실됐다. 그나마 남은 자료 역시 신하가 임금에게 올린 표문(表文)이나 상소문, 중국에 보낸 외교문서 등 정치적이고 공식적인 성격의 글들로 역사ㆍ학술 자료로만 간주돼 왔다.

이혜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출간한 ‘고려를 읽다(섬섬)’는 고려의 공문서가 문학적으로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한다. 고려 전기의 문장은 형식미에 치중한 변체문과 용사(전례와 고사나 사실을 인용하는 문장의 작법)가 많아 번역으로 그 뜻과 맛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저자는 “고려의 공문서는 지은이의 진심과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문학적 역량을 기울여 저술됐고, 이로 인해 읽는 이를 감동시킨다”며 “표문인 제갈량의 ‘출사표’가 뛰어난 문장의 예로 높이 평가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고려시대의 명문장을 뽑아 우리 글로 번역하고 해설을 붙였다. 이 책에 포함된 문장은 문학적인 평가를 받은 작품은 물론 정치적인 글과 외교문서, 논설문, 편지, 묘지문, 종교 의례문, 과거시험 문제를 망라한다.

저자는 “흥망성쇠가 빈번하게 되풀이되면서 대륙을 지배하는 민족의 교체가 무상했던 이웃 나라 중국의 혼란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작은 나라 고려가 500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이 바로 문장에 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리며 “인문학이 나라를 살린다는 말은 그냥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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