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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 신화에 숨겨진 농경문화의 원류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인도네시아 세람(Ceram) 섬의 농경 기원신화를 담은 ‘하이누웰레 신화(뮤진트리)’가 국내에 처음 완역 출간됐다.

‘하이누웰레(Hainuwele)’는 ‘코코야자 가지’라는 뜻으로 세람의 신화에 나오는 소녀의 이름이다. 이 소녀는 자신의 몸에서 보물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줬으나 오히려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한 후 다시 제 몸을 씨앗삼아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구근 작물로 환생했다고 전해진다.

이 책에는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지역 농경 문화권에 수천 년 동안 전승돼 온 ‘하이누웰레 형’ 신화 433편이 담겨 있다. 이 신화는 이 책의 공동저자인 독일 역사학자 아돌프 엘레가르트 옌젠과 헤르만 니게마이어에 의해 발견돼 외부에 공개됐다. 저자들은 1937년 2월부터 1938년 3월까지 직접 탐사대를 이끌고 세람 섬을 비롯한 몰루카 제도와 네덜란드 령 뉴기니의 섬들을 답사한 후 귀국해 1939년 이 책을 출간했다.

저자들은 이 신화를 바탕으로 세계의 농경기원 신화를 ‘하이누웰레 형’과 ‘프로메테우스 형’으로 분류했다. 저자들은 신(神)이나 거인 또는 인간의 사체나 배설물에서 구근 등 식용 작물들이 생겨났다는 유형의 작물 기원신화들을 ‘하이누웰레 형’, 하늘 또는 외부 세계에서 곡식 낟알 등을 훔쳐오거나 가져오는 작물 기원신화들을 ‘프로메테우스 형’으로 규정한다. 


세람섬은 지역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와 멀리 떨어져 아무런 연관이 없는 지역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신화는 우리의 민담과 많은 유사성을 가진다. 우리나라가 벼농사 지대의 북방 한계선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벼농사와 관련성을 가진 우리의 농경문화가 동남아시아나 남태평양 지역의 문화적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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