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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최영진> ‘늘공’ 의 공직사회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초보 ‘얼공’으로 채워진 청와대
영악한 ‘늘공’ 집단 장악 난망
‘범국민적’ 개혁연합 구축 필요
국회, 특히 野도움 절대 중요


300여명의 생명을 눈앞에서 떠나보내면서 더욱 분노하는 것은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내장된 무능과 무책임, 부패와 비리의 먹이사슬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때문이다. 안행부나 해수부 고위 관료에서부터 해경에 이르기까지 공적 마인드를 찾아보기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천명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라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공직사회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우선, 5년 단임의 대통령으로서 거대한 관료집단을 개조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국민의 안전’을 국정목표로 내세우고 추진했지만, 공무원들은 하는 시늉만 했다. 그런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까지 바꾸고,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에 통합재난대응시스템도 갖추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들은 국정과제를 자신들의 조직 확대에 이용할 정도로 용감했다. 대통령의 지시마저 이러 저런 핑계로 묵살할 정도 영악한 집단임을 알아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관료조직만큼 거대하고 전문화된 집단은 없다. 강력한 규제권력과 엄청난 국가자원에 대한 통제력, 그리고 오랜 국정운영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들 관료집단을 개혁한다는 것은 정권의 사활을 걸어야 할 만큼 엄청난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렇게 영악한 관료집단을 통제할 수 있는 곳은 청와대와 국회 밖에 없다. 국회는 여ㆍ야간 쟁투적 성격으로 인해 행정부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청와대가 현실적으로 유일한 통제기구인 셈이다. 그러나 5년 단임의 대통령제 하에서 아마추어 ‘얼공(얼떨결에 공무원)’으로 채워진 청와대가, 최고 엘리트로 구성된 ‘늘공(늘 공무원)’ 관료집단을 장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앙부처 과장급만 되어도 두 세 차례 정권교체를 경험했기 때문에 청와대의 요구를 어떻게 요리할지 알고 있다. 청와대 파견 관료 역시 돌아가야 할 친정이 있다. 자기 부처의 이해에 역행하는 일에 동참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대통령 역시 얼공보다 늘공을 점차 선호한다는 것이다. 조직 지원과 경륜을 갖고 있는 전문관료들이 더 유능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5년 단임의 청와대 얼공들이 수십 년 늘공 조직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정부교체의 단절도 문제지만 지금까지 청와대의 역할은 대통령 비서기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주요업무는 국정보좌기능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효율적으로 보좌하기 위해서는 공직사회를 장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청와대가 그런 역량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정원 사건 등 적지 않은 국정위기상황이 발생했지만 제대로 대처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그 증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국가개조 수준의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서는 ‘범국민적’ 개혁연합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 독주의 개혁으로는 관료집단의 저항을 이겨낼 수 없다. 국회의 도움, 특히 야당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개혁에 대한 여야간의 균열이 교묘히 이용되기 때문이다.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적 개혁주체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개혁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한 초당파적 국민개혁위원회(안)를 구성하여 국가혁신 작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청와대에는 보다 유능하고 경험있는 인물을 대거 발탁하여 공직사회를 강력하게 견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직사회를 다루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대통령과 국가개혁 작업을 보좌할 수 있는 유능한 인물이 필요하다. 초보 얼공으로는 난망한 일이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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