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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나니…스타인캠프의 영상작품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커다란 나무 등걸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꽃잎과 포자들이 허공에 흩날린다. 검은 창공 속에서 너무도 갸날프게 난분분 난분분 흩날린다. 그 연약한 움직임에서 슬픔과 외로움이 읽혀진다.

그러나 꽃잎과 포자는 잠시 후 아름다운 다발을 이루며 다시 모인다. 시작이 언제였는지,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나무는 우주의 질서 속에서 묵묵히 환상적인 영상 쇼를 선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미국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제니퍼 스타인캠프(Jennifer Steinkamp, 56)의 신작 ‘디아스포‘이다. 세계 미술계에서 ‘3D 애니메이션 아트의 개척자’로 손꼽히는 그는 씨앗과 포자를 퍼뜨리는 식물의 생태를 차용해 우리 사회의 ‘이산과 정주’를 표현하고 있다. 그의 영상은 만남과 헤어짐을, 생성과 소멸을 드러낸다. 때론 절망이자 희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제니퍼 스타인캠프 ‘디아스포’.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사진제공=리안갤러리 서울]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뉴미디어로 빛과 공간의 예술을 선보이는 스타인캠프가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한국에서의 개인전은 이번이 두번째다.

작가는 자연 현상과 움직임을 디지털 랜더링으로 구현해, 이를 건축 공간에 맞도록 적용한다. 빛을 테마로 한 작품이 공간 속에서 어떻게 창조되고 구현되는지 탐구하고 있는 것. 이번 전시에서도 스타인캠프는 리안갤러리 서울의 건축적 구조를 활용해 신작 ‘디아스포’(Diaspore)와 ‘로니 레이건 2’( Ronnie Reagan 2)를 선보이고 있다.

지하 1 층에 설치된 영상 ‘디아스포’는 ‘이산’을 뜻하는 ’디아스포라‘에서 비롯된 작업으로, 모국을 떠나 낯선 곳에 흩어져 살면서도 정체성과 민족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공동체를 그린 그의 대표작이다

제니퍼 스타인캠프 ‘디아스포3‘.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사진제공=리안갤러리 서울]

갤러리 1층에 설치된 영상 ‘로니 레이건’은 미국 전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의 일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시력이 좋지 않았던 레이건이 수업시간에 언제나 교실 맨 앞줄에 앉아야 했고, 운동할 때는 종종 공을 머리에 맞았다는 기록을 접하고 작업을 만들었다. 훗날 안경을 처음 꼈을 때 나무에 잎새가 달려 있고, 나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나 놀랐다는 레이건의 회상을 통해 ‘본다’는 것의 의미를 화려한 나비의 움직임을 통해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제니퍼 스타인캠프 ’디아스포'. 부분.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사진제공=리안갤러리 서울]

미국 덴버 출신의 작가는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칼아츠 CalArts)와 패서디나 아트 센터(Art Center College of Design, Pasadena)를 졸업했으며 큰 스케일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잇따라 시행해왔다. 2003년 제8회 이스탄불비엔날레에서 ‘Eye Catching’이란 작품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전세계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국내에는 아모레 퍼시픽 미술관, SK HUB, 대구미술관, 제주 본태박물관에 작품이 컬렉션됐다. 2002년 미디어시티 서울,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하기도 했다. 

yrlee@heraldcorp.com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영상작품이 상영되고 있는 리안갤러리 서울의 외부 전경. [사진제공=리안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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