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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 김형곤> 사외이사님, 안녕들 하십니까?
김형곤 금융투자부장

다 지난걸 왜 또 꺼내냐고 하고 싶겠지만 다시한번 짚고 넘어갈 문제다.

사외이사 얘기다.

지난달 정기주총 시즌에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가 주총이 끝나면서 잠시 잊혀졌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로 논란의 핵으로 등장한 ‘관피아’ 문제와 지금의 사외이사 제도는 결코 무관치 않다.

관직에서 공공기관으로 옮기고 난 다음 경로중 하나가 사외이사이기때문이다.

사외이사는 비단 관피아(관료+마피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외이사 영역의 또다른 큰 축을 담당하는 검찰이나 교수 출신 사외이사인 검피아(검찰+마피아), 교피아(교수+마피아) 문제로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 만난 대기업의 고위임원은 지금의 사외이사와 감사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도입한 선진 제도 가운데 가장 왜곡된 제도가 바로 사외이사라는 것이 이 임원의 지적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은행 소속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단 한차례도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본지 보도<4월 21일자 22면 참조>는 그동안 말로만 나오던 거수기 현실이 고스란히 증명된 셈이다.

신한ㆍ국민ㆍ하나ㆍ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사외이사는 24명, 작년 한해 이사회 안건은 총 224건으로 모두 5376번의 투표가 있었는데 100% 찬성이었다.

10대 그룹으로 넓혀봐도 전혀 다르지 않다. CEO스코어가 2009∼2013년 5년간 10대 그룹 92개 상장계열사의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총 1872명의 사외이사들이 4626건의 이사회에 참석, 3만7635표의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이중 찬성표가 99.7%를 기록했다. 반대는 5년간 달랑 38표에 불과했다.

물론 게중에는 통상적인 안건도 많겠지만 어떻게 기업들이 ‘무결점 경영’을 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런 와중에 4대 시중은행 사외이사의 지난해 연봉은 1년새 20% 가량이나 올라 일부는 1억원에 육박했다. 이를 회의 참석 횟수로 나눠보면 회의 한번에 500만~600만원, 많게는 700만원까지 챙겼다.

이렇게 받은 돈의 일부는 자신을 챙겨준 후배들에게 쓰지 않을 수 없고, 이런 관계가 또다른 관계를 낳는 사슬이 되는 셈이다.

사외이사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오너나 최고경영자(CEO)와의 사적관계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학연ㆍ지연ㆍ인맥 등으로 얽힌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오랜 공직생활등을 바탕으로 나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견제기능이 작동될 수 있을텐데도 말이다.

무엇보다 어떤 사외이사가 딴지를 걸었고 그래서 경영에 애를 먹었다는 소문이 나면 그 사외이사는 다음번 기약이 없을 수 있다.

현행 감사제도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검찰, 금감원, 감사원 등 공직때는 속칭 권력기관에서 자리를 누리다 이후 고액연봉의 감사를 꿰차지만 제대로된 견제기능은 사외이사나 별반 다를게 없다.

올 한 해 본연의 임무를 얼마나 충실히 수행했는지는 내년 이맘때 보면 알 것이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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