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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사위 조성하가 트랜스젠더로…뮤지컬 ‘프리실라’
[헤럴드경제(스톡홀름)=신수정 기자] 지난달 26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예타 레욘 극장은 뮤지컬 ‘프리실라’를 보러온 관객들로 가득 찼다. 공연 시작 전 극장 로비에서 ‘프리실라’에 등장하는 ‘핫 스터프(Hot Stuff)’ 등 1970~1980년대 디스코 음악이 흘러나오자 일부 관객들은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빨간색 가발을 쓴 엄마와 주황색 가발을 쓴 딸이 나란히 입장하기도 했다.

막이 오르고 공중에서 은색 드레스를 입은 세명의 여자 가수들이 내려오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2시간 30분 동안 ‘잇츠 레이닝 맨(It‘s Raining Men)’,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 등 신나는 음악과 함께 형형색색의 화려한 무대를 즐기며 관객들은 끊임없이 박수를 보냈다.

▶495벌의 화려한 의상과 LED 버스 등 볼거리=‘프리실라’는 동명의 호주 영화(1994)를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은 여장남자(드랙퀸)인 틱과 아담, 트랜스젠터인 버나뎃이다. 이들은 틱의 아들인 벤지가 살고 있는 앨리스에서 드랙퀸쇼를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사막을 가로질러 2876㎞를 달려간다. 이들이 탄 버스 이름이 프리실라다.

[사진제공=설앤컴퍼니, Peter Knutson Sweden Production]

2006년 호주 눌라보 프로덕션이 뮤지컬로 제작해 시드니에서 성공을 거둔 후 영국 웨스트엔드, 미국 브로드웨이를 비롯 스웨덴, 캐나다 등에서 공연했다.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450만명이 관람했고, 3500회 이상 공연이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뮤지컬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등을 들여온 설앤컴퍼니가 제작해 오는 7월 8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진주의 ‘난 괜찮아’로 알려진 ‘아이 윌 서바이브’를 비롯 마돈나, 신디 로퍼, 티나 터너, 도나 썸머 등의 인기 팝송들로 넘버가 구성돼 20~30대 뿐만아니라 40~50대들도 신나게 즐길 수 있다. 실제 예타 레욘 극장에서는 10대부터 백발의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1100석에 달하는 극장을 가득 메웠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40대나 50대들이 과거 골목길 어디선가 들었을 노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온다”며 “아바의 노래를 엮어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보다 더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친숙한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한다면 495벌에 달하는 의상과 200개의 모자와 가발, 수천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장식한 버스 등 화려한 볼거리는 시각을 압도한다.

플립플랍(샌들)을 엮어 만든 원피스, 분홍빛 타조 깃털로 만든 머리 장식 등을 보고 있으면 패션쇼장이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축제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극중에서 배우 한명당 10~16벌의 의상을 입는데, 일부 배우는 14초만에 한벌을 갈아입기도 한다.

의상에 따라 메이크업도 변한다. 눈화장과 마스카라를 각기 다르게 한 150개 마스크를 만들어 갈아끼우는 식이다.

세명의 배우 외에 또다른 주인공인 프리실라 버스는 은색에서 분홍색, 무지개 빛깔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한다. 버스의 길이는 10m, 무게는 8.5톤에 달한다.

호주 공연의 경우 의상제작비가 150만호주달러(약 14억원), 버스 제작비는 120만호주달러(약 11억원)가 들어갔다.


▶따뜻한 가족 이야기가 성공 비결
=화려한 볼거리가 눈을 뗄 수 없게 하지만 무엇보다 프리실라의 성공 비결은 ‘감동 스토리’라고 오리지널 제작팀의 프로듀서인 개리 맥퀸는 강조했다.

특히 틱의 아들인 벤지가 여장남자로 살고 있는 아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장면이 코끝을 징하게 한다. 주인공들은 굵은 팔다리 위에 여자 옷과 스타킹을 걸치고 짙은 마스카라를 한채 노래를 부른다. 그들은 프리실라 버스에 ‘에이즈는 꺼져’라고 페인트를 칠하는 세상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지만, 알고보면 여린 내면을 지니고 있고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개리는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상이나 버스는 비싼 프레임이지만 성공 비결은 프레임 안에 담긴 스토리”라며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절됐던 가족과 다시 만나고,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며 “편견을 넘어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부분이 감동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공연에서 버나뎃역에 배우 조성하가 캐스팅됐다.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맏사위 고민중을 맡아 ‘국민사위’로 불렸던 조성하는 ‘프리실라’를 통해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다. 버나뎃역에는 조성하와 함께 김다현, 고영빈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틱역은 마이클리, 이지훈, 이주광이 맡는다. 아담역으로는 조권, 김호영, 유승엽이 출연한다.

가수 진주가 극중 노래를 부르는 여자가수 ‘디바’로 출연해 ‘난 괜찮아’ 등을 부른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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