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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탈 꿈꾸는 미지의 세계로…영감 발견해가는 여정…
현대카드 두번째 도서관…청담동 ‘트래블 라이브러리’ 를 가다
피곤하고 빡빡한 일상에 설렘주는 테마
유행의 메카서 만나는 또다른 여행지

13개 테마 · 세계 196개 지역 망라
美 · 英 큐레이터 총 1만4700여 장서 선정

파묵 · 네루다 등 노벨상작가 여행기…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권 확보
세계 주요 90곳 시티맵 · 언어사전도

여행테마 90여점 오브제 호기심 자극
구글어스로 미리 가보는 여행 공간도



여행은 설렘이다. 그리고 도전이다. 숨막힐 정도로 빡빡한 일상에 지친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언제나 우리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두글자 ‘여행’을 테마로 한 참신한 도서관이 서울에 생겼다. 현대카드(대표 정태영)가 강남구 청담동에 만든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Travel Library)’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행관련 전문서적을 비롯해 총 1만47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한 이 곳은 지난해 2월 현대카드가 가회동에 만든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이은 두번째 도서관이다. ‘속도’와 ‘효율’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지는 디지털 시대에, 가장 아날로그적 공간인 도서관을 통해 책이 선사하는 우연한 발견과 사유의 즐거움을 만끽해볼 수 있는 곳이다. 

현대카드가 청담동에 조성한‘ 트래블 라이브러리’ 내부. 가장 동적인 ’여행‘을 가장 정적인 ’라이브러리’ 형태로 꾸민 것이 특징으로, 진정한 여행이란 상품처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영감’을 발견해가는 여정임을 확인시켜주는 공간이다. [사진제공=현대카드]

▶왜 도서관일까, 왜 ‘여행’이 테마일까?=현대카드는 멋쟁이들 사이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며 핫 스팟(hot spot)이 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이어 제 2탄으로 ‘트래블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종이책이 주는 묵직한 질감, 오래될수록 더 그윽해지는 서향(書香), 책갈피의 사각거림을 느끼며 미지의 세계와 반갑게 조우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대카드 이미영 브랜드본부장은 “이제껏 없었던 세계, 없었던 체험을 제공하고자 도서관을 만들었다. 정보의 홍수로 검색은 쉽고 빨라졌지만, 영감을 얻을 기회는 오히려 줄고 있다. 이에 우리는 사람들이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어떤 책이든 손에 집히는대로 읽고 사색하며 뜻밖의 ‘발견과 영감’을 얻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많고 많은 테마 중 ‘여행’일까. 이는 여행이 라이프스타일의 전 영역과 연관된 주제로, 이질적 문화와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여행에 대한 현대인들의 갈망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한국인은 약 15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양적 팽창의 이면도 살펴봐야 할 때다. 자유와 모험, 도전정신같은 여행의 진정한 가치가 사라진 대신, 유명한 여행지를 단순히 찍고(?)오기 바쁜 ‘관광(sightseeing)’이 크게 늘었다. 이에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여행의 의미를 ‘일상의 경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지적 활동’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최신유행과 소비의 메카인 청담동에, 아날로그적 미디어의 대표격인 ‘책이 모여 있는 공간’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럭셔리 패션매장과 고급식당들 사이에, 책이 뿜어내는 고졸함이 향기를 발하기 시작했다. 

윈도에서 바라 본 트래블 라이브러리 내부(위). 서울 학동사거리 인근에 자리잡은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전경(아래).

▶어떤 책이 있을까?=지구에 ‘위도’와 ‘경도’가 있듯,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책들은 ‘테마’와 ‘지역’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됐다. 아트 앤 아키텍처, 어드벤처, 트래블 포토그래피 등 13개의 ‘테마’와 전세계 196개국을 망라한 ‘지역’별 분류를 조합해 장서가 선별됐다. 도서 선정작업에는 영국, 미국의 글로벌 북 큐레이터(Book Curator) 4명이 참여했다. 여행전문가, 에디터인 이들은 1년간의 큐레이팅을 통해 방대한 컬렉션을 짰다.

서가 곳곳에는 흥미로운 책들이 숨어 있다. 살바도르 달리가 직접 그린 삽화를 담은 ‘돈키호테’, 유명 다큐멘터리 사진가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사진집 ‘제네시스’ 등이 그 예다. 호세 사라마고, 오르한 파묵, 파블로 네루다 등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여행기도 만날 수 있다.

건축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겐 ‘아메리카 건축 1000’, ‘Paris Vertical’, ‘가우디 Pop-ups’ 같은 책이 반가울 테고, 팝아티스트 리히텐슈타인의 산뜻한 그림을 좋아한다면 테이트모던이 발간한 ‘리히텐슈타인’에 손이 갈 것이다. 평소 현대미술관 투어를 즐겼다면 전세계 컨템포러리 뮤지엄의 최신동향을 망라한 ‘뮤지엄북’이 눈에 번쩍 뜨일 것이다. 또 ‘노란 테두리’로 잘 알려진 126년 역사의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전권이 확보됐고,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여행지리저널 ‘이마고 문디’ 또한 전권이 컬렉션됐다. 111개 언어사전과 세계 주요도시 90여곳의 시티 맵도 비치됐다.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선 각자의 ‘디카’나 휴대폰으로 책의 내용과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 대출과 복사는 안되지만, 촬영은 얼마든지 허락돼 있다. 

세계 각국의 90개 도시의 지도가 꽂혀 있는 1층의‘ 시티 맵’ 코너. 특수거울들이 무한히 증폭되는 착시현상을 선사
한다.

▶고졸한 빈티지 아이템, 오브제도 눈길=여행을 테마로 한 희귀한 가구와 인테리어 아이템 등 90여점에 달하는 오브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항공기의 이착륙을 알리던 1950~60년대 수동식 비행안내판, 빈티지 지구본과 망원경, 북유럽의 와그너 체어, 영국의 윈저 체어, 아프리카의 동물모형 스툴 등은 잔잔한 여행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비정형의 선과 면으로 동굴처럼 디자인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곳곳에 숨겨진 공간이 여럿이다. 아날로그 지도를 통해 도시를 ‘발견(Find)’하고, 구글 어스를 통해 자신만의 여정을 실제 경험하고 즐기며(Play), 나만의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는(Plan) 방들이 조성됐다. 이에따라 이 도서관은 여행 떠나기 전 들러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진귀하고 값진 책을 매개로 방문자를 ‘새로운 미지의 세계’와 만나게 하는 공간이다. 즉 숨겨진 코너를 투어하고, 오브제를 음미할 수 있어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여행지인 셈이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앨리스는 회중시계를 보는 토끼를 따라 원더랜드로 들어간다. 그리곤 놀라운 모험과 환상을 체험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우리 또한 이같은 일탈을 갈망한다. 새로운 모험을 꿈꾸는 이들에게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환상의 세계로 훌쩍 떠나게 하는 통로이다. 여행의 본질적 가치에 맞닿아 있는 책과 신비한 방, 오브제들로 가득찬 이 공간은 나만의 시계토끼를 만날 수 있는 상상력 마당이다.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 회원(동반 1인)의 경우 월 8회까지 무료입장 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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