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주류가 된 B급문화 ‘키치’룩
노란색 바탕에 검은 도트무늬. 스폰지밥 캐릭터가 이빨을 드러내고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프린트. 초콜릿 포장지를 휘감거나 맥도널드 로고가 새겨진 퀼팅백을 쟁반에 들고 나온 모델….

2014년 F/W 밀라노 패션위크를 달군 건 단연 모스키노였다. 지난해 10월 모스키노는 제레미 스캇(Jeremy Scott)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 후 파격적인 ‘키치’ 컬렉션을 선보여 전세계 패션 피플을 열광시켰다. 나이 쉰을 훌쩍 넘은 일본 보그 편집장 안나 델로 루소(52)는 신상 맥도널드 의상과 백을 매고 ‘모스키노 걸’이 돼 밀라노를 활보했다.

미술사조에서 키치를 처음 언급했던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엄격한’ 정의에 따르면 키치는 ‘이 시대 삶에 나타난 모든 가짜의 요약’이다. 보통 저급한 것, 가짜, B급문화의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 키치의 사전적 의미라면, 패션업계에서는 유니크하고 위트있는 디자인을 통칭하는 광의의 의미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지드래곤, 2NE1 등이 키치룩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아이콘. 팝아트 그래픽 티셔츠, 거칠게 찢어진 디스트로이드 진, 원색 페이크 퍼 등을 입고 나온 그들의 스타일에 1040세대가 함께 환호했다.

2012년 전 세계에 강남스타일 열풍을 불러 일으킨 싸이 또한 키치를 실현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다. 펑크룩의 대모 비비안웨스트우드의 화이트셔츠, 릭 오웬스의 7부 바지, 그리고 크리스찬 루부탱의 스터드 슬립온은 당시 싸이를 상징하는 스타일. 그는 싸구려 춤을 추며 럭셔리 브랜드를 키치 맥락에서 영리하게 해석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작해 홍대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고 롯데백화점 본점까지 입점한 ‘스타일 난다(대표 김소희)’는 국내는 물론 일본 여성까지 열광시킨 한국산 키치브랜드이다. ‘노는 언니’ 콘셉트를 추구하는 이 브랜드는 화려한 컬러, 극적인 재단, 과장된 프린트 등 ‘대놓고 싸구려’ 혹은 ‘섹시 빈티지’라는 키치 요소를 하이엔드 퀄러티에 엮는데 성공했다.

키치룩은 1030은 물론 4050세대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는 프라다, 구찌 등 이른바 명품 로고에 집착하지 않는 시대의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 최근 방한한 호주 최대 아이웨어 그룹 선쉐이드(Sunshades)의 CEO 로드니 그룬사잇은 패션업계에서의 키치 트렌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공고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기 경제불황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더이상 럭셔리 브랜드의 안온한 익명성에 파묻히기보다 나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을 찾기 시작한 것. 카렌 워커, 헨리 홀랜드 등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들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박선희 이화여대 섬유패션학부 교수는 “그동안 위조품, 싸구려, 전통에 대한 이단 등 하위문화로 여겨졌던 키치가 팝아트와 포스트 모더니즘을 계기로 재평가 받으면서, 창의적인 표현 방식으로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모티브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대를 뛰어넘는 키치룩의 인기에 대해 박 교수는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컬렉션과 익살스런 키치 이벤트는 심리적으로 경직된 현대인들에게 해방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고 논평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사진제공=모스키노]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