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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 김건> 융합 · 다양성의 힘
우리 주위에는 해결해야할 사회적 문제들이 많다. 예를 들어 치매 노인 문제는 여러 가정을 힘들게 한다. 치매 노인을 돌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의사의 영역이지만, 이 가정을 돕는 데는 다양한 과학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 위치 추적 장치와 노인의 기본적인 건강이나 주위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장치가 치매노인에게 부착된다면, 노인을 모시는 가정은 여러 가지로 편안할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이 노인이 길을 잃어버리거나, 엉뚱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지켜 봐야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미래에 치매노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위치를 확인하는 GPS, 건강을 확인할 센서, 의사가 참조할 정보DB 등 다양한 분야 기술이 통합되어 구축될 것이다.

흔히들 어려운 문제를 풀 때 높은 능력의 사람을 모아놓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련 역량이 높은 동질의 사람들을 모아놓는 것보다 개별 역량은 좀 떨어져도 다양한 관점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놓고 협력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은 많은 사회과학 연구들이 뒷받침한다. 경영경제학자 페이지가 세운 이론을 빌면 ‘다양성이 능력을 이긴다(Diversity trumps ability).’ 게다가 많은 사회문제들은 복잡성으로 인해 통합적 체계를 구축해야 해결이 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통합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설립될 예정이다. 이번 통합은 위에 언급한 점을 중시해 오랫동안 논의된 산물이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에너지나 안전 문제 등을 다룸에 있어 주요 연구소들이 서로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상호 협업을 해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제도적인 벽은 이런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두 연구회의 부처가 달랐던 시기에는 이 문제가 더 심각했다.

제도적 벽이 낮아지는 것 외에도 단일 연구회 체제는 장점이 몇 가지 더 있다. 한 예를 들면 1999년 연구회가 출범할 당시에는 독일연구협회 모형에 따라 기초, 공공, 산업으로 구분되었다. 그러나 기초에 분자생의약학연구소, 공공에 분자의약학연구소, 산업에 분자의공학연구소를 갖춘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는 1분야 1연구소 체제를 갖추어서 기초기술연구회 소관에는 화학이 없고 산업기술연구회 소관에는 생명이 없는 체제를 가지고 있었다.

단일 연구회 체제는 각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소들이 기초에서 산업까지 좀 더 자유로이 자신의 임무와 포트폴리오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새로운 제도가 성공하려면 세부적으로 그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정책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도 연구회에서 일하면서 소속 연구기관 연구자들이 다른 소속 연구기관이나 대학, 기업과 교류를 가질 수 있는 연구그룹들을 만들도록 장려해서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바 있지만 한 지붕 아래 있다는 것만으로는 교류가 보장되지 않는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자신들의 장점인 다양한 기관들의 융합을 장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행정 편의를 위해 기관들에게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 다양성을 오히려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김 건 기초기술연구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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