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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올해 봄꽃은 어느 때보다 일찍 피었다. 그리고 일찍 졌다. 열흘 이상 앞당겨진 개화(開花)에 낙화(洛花)의 시절 역시 어느때 보다 빨랐던 것은 자연의 이치다. 삶은 행복과 불행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다. 늘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병원을 찾아가야 할 사람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불행한 사람도 짧은 행복의 시절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도 세월호 참사는 희생자나 실종자 유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쟁을 제외하고 평시에 발생한 사고중 최악의 참사”라는 외신의 보도처럼 참사 앞에 국민 모두가 슬픔과 무력감에 빠져 있다.

봄꽃이 절정을 막 지나던 4월 16일이후 5월 19일 이날까지 34일, 대한민국은 국상(國喪)중이다. 봄꽃이 진 자리에 신록(新綠)이 한창이지만, 세월호의 어린 희생자들은 꽃도 제대로 피우지 못한 채 지고 말았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과 대비돼 슬픔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언젠가는 눈물이 멈추지고, 슬픔도 잊혀지게 마련인 것도 자연의 이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시간이 흐른다해도 슬픔이 사그러들지 의문이 들 정도로 국민들의 슬픔은 깊고, 눈물은 오래 이어지고 있다.

신문 역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 원인을 제공한 세력에 대한 분노를 한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이 글이 실리는 ‘데스크칼럼’ 역시 세월호 참사이후 단 한번도 세월호 슬픔과 무관한 이슈가 다뤄진 적이 없다. 일부 ‘망언’들이 눈쌀을 찌푸르게 했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도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네티즌들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에 참석했다.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함께 주먹을 쥐고 가슴을 치며 “제 탓이요”라고 세번을 외쳤다. 그리고 1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사과를 했다. 긴박한 순간에도 자신보다 남을 돌보다 희생된 이들을 호명할 때는 대통령의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도 비쳤다.

아울러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다”는 다짐도 함께 했다.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개혁작업들이 어떻게 추진될 지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참사를 계기로 “진정한 ‘안전 대한민국’을 만든다면,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슬픔을 슬퍼해야 하되, 대통령의 담화를 계기로 두 번 다시 이같은 참극이 빚어지지 않도록 정부나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새 출발의 의지를 가져야 할 시점이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처절한 아픔을 위로하는 일 못지 않게, 국민들도 충격과 무력감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때다.

꽃도 피우지 못하고 스러져간 어린 그들과 그들의 가족과 함께 울어야 한다. 하지만 이젠 눈물을 멈추고, 절대로 이 슬픔과 희생을 잊지 않고, 그들을 위해서라도 모두가 힘을 내야할 시기가 된 듯하다. 

전창협 디지털콘텐츠 편집장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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