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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늘구멍’ 아시안게임 대표팀, 류중일 감독의 딜레마
“삼성전에서 잘 하는 선수는 안뽑을 겁니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지난 3월 2014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한 말에 폭소가 터졌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사령탑인 류 감독에게 “어떻게 하면 대표팀에 뽑힐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류 감독의 농담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병역의무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군 미필 선수들이다. 이들은 류 감독의 엄포(?)에도 꿈쩍않고 삼성전 때마다 무력 시위를 펼치며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의 ‘바늘구멍’을 통과하려는 선수들과 많은 선수들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야 하는 류중일 감독의 보이지 않는 전쟁과 고민이 시작됐다.

오는 9월 19일 개막되는 인천아시안게임이 4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대만 대표팀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반면 일본은 프로 선수 대신 사회인선수들이 출전했다. 한국은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이후 5차례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지난 2010년 광저우 대회서 2002 부산 대회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서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올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큰 화두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사라진 뒤 프로야구 선수가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시안게임 하나 뿐이다. 그나마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가 언제 퇴출될 지 모르는 위기상황이다. 군 미필 선수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기회가 될 때마다 확실한 대표팀 선발 원칙을 강조했다. “잘하는 선수를 뽑겠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다. 대표팀의 지상 과제는 금메달 획득이다. 금메달을 따야 병역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포지션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비슷한 기량의 선수라면 미필자들에게 더 마음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강한 동기 부여가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들이 병역혜택을 받는다면 더 오랜 시간 프로야구 팬들에게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필 선수들에게 많은 엔트리를 할애했다가 자칫 대회를 그르칠 가능성도 있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동메달)이 대표적엔 케이스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역대 감독들이 이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류중일 감독도 겉으론 내색을 하지 않지만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말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후 “야구팬들께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겠다. 반드시 명예 회복 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터다.

류중일 감독은 국제대회 경험과 현재 리그의 컨디션을 고려해서 라인업을 꾸릴 예정이다. 류 감독과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위원장 김인식)는 현재 24명의 엔트리 가운데 19~20명 정도는 교감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백업 4~5명 구성이 관건이다. 백업 후보는 수비가 좋은 내야, 외야 대타 요원, 대주자 정도로 미필 선수들이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필 내야수 후보는 오재원, 김재호(이상 두산), 안치홍, 김선빈(이상 KIA), 오지환(LG), 김상수(삼성), 김민성(넥센), 황재균 (롯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야 대타 후보는 전준우, 손아섭(이상 롯데), 정수빈(두산), 나성범(NC) 등이다. 대주자는 내야수 후보 중 발이 빠른 선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도루 11개를 기록하고 있는 오재원, 7개를 기록하고 있는 김상수와 정수빈은 수비 능력과 도루 능력이 있어 강력한 백업 후보다.

태극마크를 갈망하는 선수들 가운데 누가 류중일 감독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또 류 감독은 과연 최상의 선택과 지도력으로 WBC대회의 자존심을 씻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야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현식 인턴 기자 shsnice1000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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