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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총리 위 왕실장’ 없애고 인사수첩 바꿔라
박근혜 대통령이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또 검찰 출신이냐’는 비판도 있으나 안 지명자의 탈(脫) 정권친화적 행보 덕분인지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그 역시 기자회견에서 부패 척결과 적폐 일소, 공직사회 혁신을 통해 국가ㆍ사회 기본 바로 세우기에 헌신하겠다고 밝혀 기대를 모은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그에게는 강력한 책임총리 역할이 맡겨질 것이다. 정부 신뢰의 회복, ‘관피아’와 적폐 해소, 정부조직 개편에 국가안전망 구축까지 할 일이 태산이다. 개혁에 따른 불협화음과 저항세력에도 뚝심있게 맞서야 한다. 과거 야당에 ‘차떼기 정당’이란 치욕을, 여권에는 성역없는 수사와 예외없는 구속처리로 이름을 날린 안 지명자였기에 그의 원칙과 소신, 강단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믿음과 지원이다. 새 총리가 추진하는 정치적ㆍ정무적 사안들을 믿고 맡길 수 있어야 책임총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소 귀에 거슬리더라도 흔쾌히 진언(盡言)을 받아들여 소통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래야 민심수습용 구원투수가 아닌 진짜 총리를 만들 수 있다. 대통령이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총리 위에 군림하는 ‘왕실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남재준 국정원장 등 외교안보라인은 일괄 교체하면서 김기춘 비서실장을 그대로 두는 것은 옳은 해법이 아니다. 검찰 기수 간 위계질서와 현재 김 실장의 막강한 위상으로 볼 때 ‘총리 위에 실장’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조화롭지 못한 일이다. 책임총리의 길을 열어주겠다고 했으면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스스로 그 길을 정리해 주는 게 옳다.

2년 전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이 승인한 안 지명자의 정치쇄신안에는 대통령 측근ㆍ친인척ㆍ고위공직자 비리 근절을위한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가 있었다. 국회의원 면책ㆍ불체포특권 폐지도 포함돼 있었다. 책임총리에 걸맞는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똑같은 실패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 되면 또 한 명의 단명(短命) 총리 기록만 남길 수 있음을 대통령과 청와대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대표적 총리 권한인 국무위원 제청권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요구된다. 현실정치의 벽에 막혀 사실상 사문화되었지만 곧 있을 후속 개각 때 일부라도 써먹을 있게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인선의 폭도 넓혀지고 대통령의 어깨도 가벼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가 박 대통령이 ‘수첩인사’에서 방향을 트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 이제 더 이상 보은 인사, 내 사람 인사는 안된다. 이제 총리에게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주고, 능력과 덕망을 겸비한 인재를 널리 발탁해 새 국가 정상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참에 낡은 수첩을 바꾸고 새 수첩에는 ‘탕평(蕩平)’이라 할 만 한 이름들을 적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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